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이 대학 경제학과에는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관한 석학으로 알려진 그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협동조합이 발전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역사적 전통이다. “1237년에 처음으로 노예를 없앤 곳이 이 지역이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사회주의 정당과 가톨릭 교단도 협동조합을 지원했다.” 두 번째는 두꺼운 중소기업 층이다. 대기업 중심 경제였다면 협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레가코프를 비롯해 협동조합 상급조직이 잘 조직되어 있다. 연맹에서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통제하는 네트워크가 발달했다. 이탈리아 의회도 법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시사IN 차형석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

그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협동조합은 경제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2008년 이후 경제위기 때 금융권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는데, 협동조합 은행 가운데 망한 곳이 없다고 한다. 한 사람도 해고되지 않았고, 임금도 똑같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볼로냐 시민들의 인식 수준도 높다. “사람들은 협동조합이 왜 좋은지 알고 있다. 안 그러면 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회원이 되겠는가? 첫째 경쟁 업체에 비해 가격이 싸다. 연말에 배당도 받을 수 있다. 이익이 생기면 그 돈을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쓴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거나, 노약자를 위해 그 돈을 쓴다.”

사회 공헌 활동이야 일반 기업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물었다. 그는 “그건 기부다. 기업은 이미지를 위해 기부하는 것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협동조합은 그 안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적 속성을 가진다. 기업과는 본질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영미식 자본주의에서는 경쟁을 강조한다. 자마니 교수는 경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협동적 경쟁’. 첫 번째 경쟁은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경쟁이고, 두 번째 경쟁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다른 조직과 경쟁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떤 경쟁을 하나?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경쟁에 행복해하나? 지위를 향한 경쟁은 단기적으로는 괜찮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협동적 경쟁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나라면 기쁨 속에서 즐겁게 사는 쪽을 선택하겠다. 협동조합이 잘 발달된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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