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일까. ‘가상 콩트’ 속 이운하씨의 삶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이운하씨는 요 며칠 밤잠을 설쳤다. 몇 달 전부터 전세를 올려달라는 눈치를 보이던 집주인이, 닷새 전에는 아예 대놓고 ‘다음 달까지’라고 못을 박았다. 경부운하 터미널이 들어선 곳부터 슬슬 땅값이 요동을 치더니 마침내는 상주 일대가 덩달아 올라버린 탓이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 값도 따라가는 게 세상 이치라는 데야 별 대꾸할 말은 없었다.

이운하씨는 택시를 몰고 터미널로 나섰다. 세 개 씩이나 들어선 운하 터미널이 아니라 버스 터미널이다. 운하 건설 초기만 해도 제법 기대가 컸던 다른 택시들도 요즘은 이곳으로만 몰린다. 터미널이 전부 서른 몇 개라나 마흔 몇 개라나. 그 중 세 개가 생겼다고 관광객이 별안간 늘 거란 기대도 이제 와 생각해보니 허황되기는 했다. 멀지 않은 거리라도 도로가 뱃길보다 몇 시간씩 빠르니 그래도 버스터미널이 손님 구경하기에 좀 낫다.

처음에는 좋았다. 공사가 한창일 때의 상주는 오랜만에 사람 사는 도시 같았다. 인구도, 돈도, 택시 손님도 늘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일자리를 얻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자 운하가 가져다준 일자리는 이리저리 합쳐봐도 세기 민망한 수준이다. 돈도 사람도 다시 줄었다. 물론 택시 손님도.

그날 오후 이운하씨는 일찍 일을 끝냈다. 강 건너로 친구 찾아가는 아버지를 모셔드려야 한다. 운하가 생기기 전 강창교가 있을 때는 걸어서 오가던 길이었지만, 컨테이너 실은 배가 다녀야 한다며 낮은 다리들을 뜯어낸 지 오래여서 멀리 낙단대교까지 돌아간다. 아버지는 이제 한 달에 한 번 이운하씨가 모셔드릴 때만 강을 건넌다. 시에서는 다리를 높게 다시 만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애초에 헐어낸 수대로 세워줄지 이씨는 선뜻 믿기가 힘들다.

운하가 생긴 뒤로 이운하씨의 아버지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자연제방 대신 콘크리트 제방이 생기면서 강과 땅 사이의 물 순환이 막혔다. 순환 고리가 끊어지자 가뭄에도 홍수에도 땅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농지가 말라가는 동안 아버지 가슴도 같이 말랐다.

낙단대교를 건너며 바라보는 강물이 탁하다. 갑문이다 제방이다 물을 가둬놓았더니 수질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나빠졌다.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집이 늘었다. 오염된 물이라서 그렇다고 사람들이 툴툴거렸더니, 전문가가 말하기를 ‘그게 아니라 정화하는 약을 더 타서’ 그렇단다. 어쨌거나 냄새는 난다. 윗동네 충주 쪽에는 배에서 기름이 새나와 몇 달을 수돗물로 고생했다던데, 여기는 아직 그런 일은 없어 다행이라고 이운하씨는 생각했다.

기자명 천관율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