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최신 전자 기기 리뷰를 블로그에 즐겨 쓰는 편이다. 구글 TV라든지, 아마존 킨들이라든지 새로 신제품이 출시되면 주문해서 써보거나 아니면 전자제품점에 가서 몇 십 분 동안 열심히 만져보고 이른바 ‘첫인상’을 블로그에 쓴다.

순전히 개인 호기심과 재미로 하는 것이지만 제품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반응이 뜨거운 경우는 애플 제품을 소개할 때이다. 아이패드와 아이폰4는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써보고 간단한 리뷰를 올렸는데, 금세 수만 뷰 이상 조회수를 올렸다.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한 이후에 한국인이 얼마나 애플 제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애플 제품이 아니었는데도 수만 뷰 이상 뜨거운 관심을 얻은 리뷰가 있었다. 바로 6월 중순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삼성의 갤럭시탭10.1 리뷰였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 구글과 손잡고 내놓은 회심의 역작이어서일까. 아이패드의 대항마로서 미국 현지에서도 조명받는 갤럭시탭에 대해 한국 얼리어답터들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갤럭시탭(위 왼쪽)은 아이패드(위 오른쪽)에 비해 쓸 만한 앱이 부족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미 오래전부터 쓰는 나로서는 허니콤(태블릿 컴퓨터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을 처음으로 채택한 갤럭시탭10.1을 꼭 써보고 싶었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최근 아이폰을 압도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태블릿 시장에서 얼마만큼 빨리 아이패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 넘게 사용해보니 갤럭시탭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아직 아이패드를 따라잡기엔 멀었다는 느낌이다(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에 거주하며 영어 위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내 사견임을 밝힌다).

갤럭시탭의 하드웨어는 객관적으로 아이패드보다 뛰어나다. 아이패드2보다 더 밝고 선명한 화면에다 양쪽에 스테레오 스피커가 붙어 있다. 상대적으로 화소수가 떨어지는 아이패드2의 카메라보다 갤럭시탭의 카메라가 휠씬 성능이 좋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하드웨어는 갤럭시탭이 뛰어나

일반인이 실제로 차별성을 느낄 수 있는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아이패드에 비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특히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게 많았다. 무엇보다도 갤럭시탭10.1의 가장 큰 약점은 10인치 큰 화면에 최적화된 전용 앱이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글이 만들어 제공하는 구글 지메일·캘린더·지도·포토 앱 등을 제외하고는 태블릿에 최적화된 앱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질도 아이패드 앱보다 많이 떨어졌다. 이미 10만 개가 넘는 아이패드 전용 앱에 비해 안드로이드(허니콤) 태블릿 전용 앱은 겨우 수백 개 수준이다.

아이패드에 비해 또 한 가지 큰 약점은 갤럭시탭에는 적법하게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음악·영화가 유통되는 강력한 채널인 아이튠즈와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넷플릭스·훌루 같은 앱이 있는 아이패드에 비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는 콘텐츠를 돈 주고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잘 정돈되어 있는 앱 스토어와 달리 산만하고 정신없는 안드로이드 마켓도 약점이다. 초보자의 경우 쓸 만한 앱을 찾아서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주 쉬운 편이다. 구글 ID만 입력하면 지메일과 구글 캘린더 등을 단번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아이패드보다 낫다.

이런 약점 때문인지 이미 미국 전자제품점에 가면 안드로이드 태블릿 대여섯 종류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주로 아이패드2만을 선택한다. 얼마 전 컴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태블릿 컴퓨터 트래픽(통신 양)의 97%가 아이패드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안드로이드 폰과는 달리,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이패드와 ‘맞장’을 뜨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싶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아이패드를 압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대결 속에 ‘포스트PC’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이 일상을 얼마나 바꿀지 궁금하다.

기자명 임정욱 (라이코스 CEO)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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