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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유적·유물 잔혹사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내전과 소련의 침공, 탈레반과 북부동맹, 미군과 나토군에 의해 파괴됐다. ‘아프간 지배자’들이 왜, 어떻게 유물을 없앴는지 추적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1년 07월 08일 금요일 제1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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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바미얀 주에서 탈레반 정권에 의해 바미얀 석불이 사라진 지 10년 되는 해이다. 2001년 3월, 탈레반은 이교도의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1500년 전 유적인 바미얀 석불을 로켓포와 다이너마이트로 완전히 폭파했다. 바미얀 석불은 2개가 있었는데 각각 높이 55m와 38m짜리로 절벽의 한 면을 파서 만든 작품이다. 그리스 조형미술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 양식을 잘 보여주는 세계적 문화유산이었다. 당나라 현장 법사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의 혜초 스님도 순례 길에 찾았던 이 귀중한 석불이 무지한 종교주의자들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탈레반 정권은 바미얀 석불뿐만 아니라 사람 모양으로 생긴 모든 조형물과 그림을 아프간에서 없애려고 했다.

2002년 필자는 카불 국립박물관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건물 벽에는 총탄 자국이 여기저기 나 있고 지붕은 로켓을 맞아 날아가버려 박물관이라기보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폐가 같았다. 박물관 입구에 있었다던 두 소조상 자리에는 돌조각만 있었다. 이 소조상은 서기 1세기 쿠샨 왕조의 조로아스터교 제단 중 하나인 수르흐 코타르에서 발견한 것으로, 카니슈카 왕의 동상과 쿠샨의 왕자 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바미얀 석불을 파괴한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소조상들을 폭격했다. 


   
ⓒReuter=Newsis
2001년 3월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얀 석굴’ 앞에서 아프간 사람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전쟁 직전인 2000년 한 해에만 탈레반 정권은 카불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미술 작품 2750여 점을 파괴했다. 그것도 당시 탈레반 정권의 문화공보장관과 재무장관이 앞장서서 벌인 일이다. 역사학자인 야하 모헤브자다 씨는 “첫날에는 관리 2명이 돌로 미술품을 파괴하더니 다음 날에는 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나중에는 탈레반 병사들이 큰 망치를 들고 박물관에 나타났다”라고 회상했다. 카불 국립박물관에 있던 미술품 대부분이 이렇게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다. 야하 씨는 “이제는 그 유물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1974년 펴낸 관광 안내책자를 봐야 겨우 기억할 정도다”라고 전했다. 이 박물관뿐 아니라 아프간 전역에서 2000년 가까이 보존돼오던 유물 중 상당수가 탈레반 손에 사라졌다. 


탈레반, 정책적으로 문화유산 파괴

아프간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지역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역사적 유물이 풍부하다. 페르시아인·그리스인·인도인·터키인·몽골인이 2500년 동안 아프간을 통치했다. 그리고 각 시대에 걸쳐 다양한 통치자들이 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다. 알렉산더 대왕이 2300년 전 아프간을 넘어오면서 힌두교와 불교가 아프간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중국과 몽골 및 한반도까지 전파되었다. 그로 인해 고대 조로아스터교부터 지금의 이슬람 문화까지 다양한 종교와 유물이 아프간 전역에 퍼져 있다.

이렇듯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아프간의 각종 문화유산은 오랜 내전과 옛 소련의 침공, 그리고 탈레반의 무지에 의해 파괴됐다. 탈레반 정권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숱한 내전으로 유물이 많이 훼손되었다. 1992년 아프간에서 공산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만 해도 카불 국립박물관은 건재했다. 그러나 이후 아프간의 점령군이 바뀔 때마다 카불 국립박물관에 있는 유물은 대거 약탈당하거나 파괴되는 신세가 되었다. 고고학자들은 현재 카불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70%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괴되었다고 추정한다. 기원전 6세기께부터 사용된 금화와 은화는 대부분 도둑맞았다. 


   
‘망가진 카불 국립박물관’을 취재하는 모습.


결정적으로 1993년 5월12~23일 12일간 카불 한복판에서 벌어진 게릴라 간 전투는 박물관 건물을 폐허로 만들었다. 건물에 총알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박격포가 수시로 날아들었다. 그 와중에 최고 10만 년이나 된 유물 수만 점이 파괴되었다. 사라진 보물 중 최고 걸작은 최소한 1200년 된 불상이라고 한다. 겨우 12일간 벌인 전투로 이토록 엄청난 유산이 사라졌다. 당시 박물관장이었던 나즈볼라 씨는 “나는 그때 유물을 포장해 박물관 지하에 보관했다. 덕분에 게릴라 파벌 간 전투로 박물관에 박격포탄이 수시로 날아들어도 유물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마저 게릴라들이 탈취해 모두 부숴버렸다”라고 말했다.

당시 박물관 직원이던 누르 칸 씨는 “게릴라들은 문맹이었다. 그들에게 불상은 그저 바윗덩어리요, 그림은 낙서로 보일 뿐이었다.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유물 중에는 기원전 6세기께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흙으로 빚은 물병이 있었는데, 한 게릴라 전사는 그 병에 물을 담아 마시고 병을 부수어버렸다”라고 떠올렸다. 1993년 당시 상황을 보도한 AFP 기사는 “국립박물관의 한구석에는 힌두 여신 두르가가 인간의 머리를 한 황소를 죽이는 대리석상이 산산조각 나 굴러다니고 있다. 불에 탄 건물의 위층에는 검게 거슬린 철제 항아리와 호리병 및 단지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당시 문화부 차관이던 메스바 장관은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며 “게릴라들은 이 박물관이 바로 나라의 심장이며 전 세계의 유산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후 탈레반 정권이 이들 게릴라를 진압하고 들어섰다. 탈레반은 유물 파괴에 더욱 열을 올렸다. 게릴라들이야 무식해서 유물을 파괴했다지만 탈레반은 글도 알고 이 유물들의 중요성도 알았다. 단지 이들에게는 종교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알려진 바와 같이 바미얀 석불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유산을 정책적으로 파괴했다. 탈레반과 맞서 싸우던 북부동맹 또한 유물 보호에는 문외한이었다. 2500년 전 알렉산더 대왕이 건립한 ‘다시트-에-할라’라는 고대 성곽이 아프간 북부에 있다. 북부동맹은 탈레반에 맞서 탱크와 대포를 이 고대 성곽에 설치하고 참호를 파 전투를 했다. 북부동맹 전사들은 참호를 파기 위해 파묻힌 성벽의 돌을 파헤쳤다. 탈레반과 벌인 전투에서 포탄을 주고받으며 이 고대 성벽은 조금씩 허물어졌고 성 안에 있었던 고대 유물들은 먼지로 변했다. 결국 근대 역사상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건 게릴라건 혹은 북부동맹이건 그 귀중한 유물을 지킨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미군 폭격에 사라진 유적들

2001년 미국에 의해 아프간 전쟁이 일어나고 난 후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미국의 첨단 미사일이나 무인 폭격기가 아프간 전국을 벌집 쑤시듯 폭격했다. 그로 인해 오래된 성곽이나 고대인이 집단 거주한 집터 따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물론 미군이 이들 유적지에 관한 정보를 상세하게 갖고 있지 않았기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 발만 맞아도 마을 전체가 날아가는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폭격기는 이전 그 어느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힘으로 유물을 파괴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8년 5월 나토군 소속 뉴질랜드 군이 노후 군수품을 폭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바미얀 석불 두 개 가운데 높이 38m짜리 잔해 일부를 파손한 사건이다. 바미얀 주 문화재 당국의 책임자 나지불라 하라르 씨는 “(당시 폭파로 인해) 불상의 잔해와 그 주변의 벽이 파괴됐다”라고 말했다. 세운 지 1500년 가까이 된 이 바미얀 석불은 탈레반이 파괴한 것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이 사건은 뉴질랜드 군이 ‘순진하게’ 사실을 실토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유물 파괴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 추정된다. 소련군에서부터 탈레반, 미군과 나토군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아프간 땅에 들어온 점령자들은 유물 파괴 동조자라는 점에서 한통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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