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스웨덴 총리였던 페르 알빈 한손(사진)의 꿈은 국가를 ‘인민의 가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 총선 직전의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민당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모든 사회집단을 돕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사회집단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한손 총리는 ‘노동자의 가정’이 아니라 ‘인민의 가정’을 꿈꾸고, 사민당 성명서는 ‘모든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해 싸우겠다고 한다. 같은 시대에 다른 사회주의 정당들이 노동자 계급에게 ‘역사 발전의 주체’라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한 것에 견주면, 사민당의 노동자관(觀)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당시 소련은 도시 노동자에게 식량을 싼값으로 제공하기 위해 농민을 체계적으로 억압·수탈하기도 했다.
사실 스웨덴 사민당에게 노동계급은 ‘영웅’이라기보다 ‘소외당하는 자’라는 색채가 강했다. 1920년대 사민당 ‘국유화 위원회’의 구스타프 스테픈은 당시의 노동자를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에서 완전히 소외된 존재’로 보았다. 이렇게 자유를 잃은 노동자들이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존재로 전락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스테픈은 사민주의의 목표를 ‘탈(脫)노동계급화’로 설정한다. 노동자를 정치·경제·사회 부문에 적극 참여시켜 소외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비그포르스 역시 노동자가 스스로 물질적·문화적 환경을 개선해야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정통파 사회주의자에게 노동자의 소외는 ‘혁명의 그날’ 이후에야 해결될 성질의 문제였다. 아니, 소외가 더 심화되어야, 즉 노동자들이 더 가난해지고 더 비참해져야 혁명이 가능하다. 정통파 사회주의자들이 비그포르스 같은 ‘개량주의자’들을 자본가보다 더 미워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의미의 계급의식이 투철한 정당은 아니었다. 그래서 ‘노동자 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중시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계급의 적’인 자유당·농민당과 연정을 맺고, 심지어 대자본과 타협해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한 것도 마르크스레닌주의 계급관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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