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이동통신망 기술 표준으로 유럽 통신업체가 주도해 개발한 LTE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KT·삼성전자 등이 공동 개발한 와이브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해외에서는 와이브로를 ‘모바일 와이맥스’라고 부른다). 현재 LTE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13개국의 16개 통신사가 LTE를 기반으로 4G 서비스를 한다. 미국의 버라이즌, AT&T, 유럽의 보다폰, 일본의 NTT도코모 등이다. 그리고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등 56개 통신사가 LTE 설비를 테스트 중이다. 와이브로 기술 종주국인 한국도 와이브로보다는 LTE 기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IN 자료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11월14일 부산에서 KT 와이브로 서비스 시연 개통식이 열렸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 외래교수는 “와이브로는 성공도, 실패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가운데 하나로 와이브로를 지원하고, 2005년 12월에 와이브로 상용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07년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와이브로를 국제 표준으로 채택했을 때 환호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처지가 되었다. 당시 와이브로는 ‘한국 통신산업 30년사의 한 획이자 신성장 동력을 다진 쾌거’라고 일컬어지기도 했다.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자였지만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55만명 수준에 머무른다. 3G망에 투자해야 했고, 와이파이를 까는 게 비용이 더 적게 들었기 때문에 와이브로 망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복수 표준을 정하지만, 결국 주요 글로벌 사업자가 어떤 표준을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단말기나 통신장비가 그에 맞추어 양산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요 사업자가 GSM(2세대)-WCDMA(3세대)-LTE(4세대) 흐름으로 가는 상태에서, 와이브로보다는 LTE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IT 칼럼니스트 김인성씨는 ‘정치적 이유와 이윤 논리’를 거론했다. 김씨는 “와이브로는 참여정부의 공이다. 정부가 바뀌면서 현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었다. 또 통신사는 와이브로의 킬러 앱이 모바일 인터넷 전화라는 것을 알고서 투자를 줄였다. 음성 통화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결국 원천 기술을 만들어놓고도 이를 사장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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