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를 움직인 힘은 무엇이었을까. 독일은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핵의 공포를 ‘집단적인 기억’으로 머물게 하지 않았다. 기억을 현실로 가져와 시민들은 강력한 반핵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정치적·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섰다. 탈핵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녹색당도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지난 3월 기민당이 전통적으로 집권해온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녹색당 주지사가 당선되었고, 최근 녹색당 지지율이 30% 가까이 치솟았다. 결국 탈핵 여론을 확인한 메르켈 총리가 ‘2022 탈핵’을 다시 선언하게 된 것이다. 독일의 탈핵 선언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과, 이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녹색당의 힘으로 가능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일본 원전 사고와 그로 인한 피해를 바로 옆에서 목격하고 있는데도 너무나 조용하다.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꿈쩍도 않고, 원전 폐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한 달을 못 넘겨 잠잠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 산업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한 계단 뛰어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며 오히려 원자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탈핵은 요원한 일일까?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탈원전 논의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하겠다는 사회적·정치적 합의와 결단이 필요하다.
‘원자력 카르텔 해체’도 시급한 과제
먼저, 탈원전의 현실성을 보여주는 시나리오 작업이 필요하다.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만으로도 더는 원전이 필요 없다. 단적으로 한국은 영국보다 매년 1인당 1904㎾h의 전력을 더 쓰고 있는데, 공급 위주 정책에서 수요 관리 정책으로 전면 전환하면 신규 원전은 더 필요 없다.
둘째, 원자력 카르텔의 해체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전기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지식경제부는 연간 100억원씩 원자력문화재단을 지원해 원자력 홍보에 열 올리고 있고, 원자력 연구자들에게 연구개발비 수천억원을 지원한다.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수조원은 현대건설 등 소수 재벌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이권을 엄호하는 보수 정치 세력의 공존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셋째, 탈핵 정치 세력화에 나서야 한다. 독일이 탈핵 사회로 전환하는 데에는 녹색당과 사민당의 연정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탈핵에 동의하는 정치인들의 연대, 탈핵을 전면에 내세우는 후보와 정당에 대한 지지, 대중적 지지를 조직하고 결집하는 시민사회, 탈핵 사회의 현실성을 보여주는 연구 집단,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동맹이 필요하다.
원전이 아닌 다른 대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탈핵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탈핵을 전면에 내세우는 진보 정당의 성장이 탈핵 사회로의 전환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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