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주둔 연합군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0년 동안 미국의 동맹국으로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빈라덴 사망으로 이제 이 힘든 전쟁에서 벗어날 명분을 찾았다.

먼저 미국은 올해 7월부터 1만명 정도의 아프간 주둔군 철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10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프간 주둔 미군 간부들이 오는 7월 5000명, 연말에 다시 5000명을 철수시키는 계획을 마련했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12년 동안 안보 분야 지출에서 4000억 달러를 줄인다는 대규모 재정 적자 감축안까지 내놓았다. 예산 문제에 정통한 리언 패네타 국가정보국(CIA) 국장을 신임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등, 안보 라인도 손보는 중이다. 아프간 전쟁은 10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인 데 비해 성과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빈라덴까지 제거된 지금,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오바마가 아프간 철군을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 현재 9만명이 넘는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 중임을 감안하면 철군 예정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미군 철수가 시작된다는 것은 다른 동맹국도 그에 따라 철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AP Photo지난 2월18일, 아프간군으로 가장한 탈레반이 정찰을 마치고 돌아오던 독일군에게 총격을 가해 독일군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미국과 더불어 아프간 남부 지역을 관할하는 영국은 철수 시기를 놓고 정부와 군 당국이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빈라덴 사망 이후 더욱 강하게 조기 철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 1만명 규모인 아프간 주둔 영국군 가운데 수백명을 시작으로, 올여름부터 철군하기 원한다는 뜻을 군 지휘부에 전달했다. 최근 영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아프간 주둔 영국군에게 무기와 전투장비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전사자가 늘어간다는 국민 비난을 받아온 영국 정부로서 아프간 전쟁은 큰 부담이었다. 젊고 패기에 찬 캐머런 총리는 취임 때부터 공공연히 아프간 철군 뜻을 내비쳤는데, 지금이 그에게는 절호의 시기이다. 5월 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하면 미국·영국 정상이 아프간 철군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도 아프간에서 자국 군을 조기 철군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교장관은 빈라덴 사살 이후 프랑스와 미국이 아프간 철군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쥐페 장관은 5월4일 프랑스24 텔레비전에서 “프랑스는 아프간에 병력 4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제 빈라덴이 제거된 만큼 2014년까지의 철군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우리가 고려할 옵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도 이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철군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유용원아프간 파르완 주의 한 마을에서 한국군과 미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탈레반 지도자들 대거 북부로 이동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5000명 병력이 아프간 북부 쿤두즈 주에 주둔하고 있는 독일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2012년 철군’을 시사해왔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2010년 11월 일간지 〈디벨트〉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간 내 안보 상황의 변화에 발맞춰 2012년부터 현지 주둔 병력을 줄이는 것이 우리 목표이다”라고 밝혔다. 빈라덴 사살 이후 공식 발언은 아직 없지만, 지난 2월 아프간에서 벌어진 테러 이후 독일 내 철군 여론이 더욱 높아져가던 상황이었다. 당시 아프간군으로 가장한 탈레반은 순찰을 마치고 막 기지로 돌아온 독일군에게 공격을 가해 3명을 사살하고 부상자 8명을 낸 바 있다. 이제 빈라덴도 사살되었으니 독일 정부도 아프간 조기 철군을 서두를 가능성이 많다.

독일군 철군이 시작될 경우 아프간 북부에는 상당한 치안 공백이 빚어질 것이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해 미군과 나토 연합군이 탈레반의 주요 활동 무대인 아프간 남부 지역을 상대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인 후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 북부로 대거 이동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과거 남부에 집중되었던 사건 사고가 지난해부터 아프간 전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안전지대로 알려졌던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사건 사고가 증가했다. ‘아프간 이슬라믹’ 통신사 편집장인 샤리프 모하메드 씨는 “아프간 북부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남부 쪽에서 활동하던 탈레반 지도자급 인사들이 대거 북부로 이동했고, 우즈베키스탄이나 다른 외국에서 온 전사들도 북부 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군이 주둔하는 쿤두즈도 전에는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탈레반의 신설 근거지로 지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만약 독일군이 철군한다면 북부는 상당히 위험해질 가능성이 많다”라는 것이다. 


아프간 북부에 함께 주둔한 한국군으로서도 엄청난 부담이다. 최근 한국군 지방재건부대(PRT)가 주둔 중인 아프간 북부 파르완 주 차리카르 기지가 잇단 로켓포 피격을 받았다. 올 들어 한국군 차리카르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은 8차례나 된다. 1월20일(2발·외곽) 로켓 공격을 시작으로 2월9일(5발·외곽과 기지 내), 3월4일(2발·외곽), 3월25일(2발·외곽과 내부 기지 철조망), 4월3일(4발·외곽과 기지 내) 공격이 잇달았다. 빈라덴이 사망한 5월에도 세 차례의 공격이 있었다. 5일(4발·외곽), 14일(1발·외곽), 16일(1발·외곽에서 공중 폭파) 등이다.

이는 빈라덴 사망 때문이라기보다는 탈레반의 ‘춘계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탈레반은 지난 4월30일 성명을 통해 현지 주둔 외국군과 보안군, 정부 관계자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빈라덴 사망 바로 직전에 나온 이 성명에서 탈레반은 “앞으로 아프간 전역의 공공장소, 군 기지와 수송 차량, 정부청사 등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아프간 주둔 외국군·나토군과 연계된 기업 임원, 하미르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내각 관료 등이 주요 공격 대상이다”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미군 사령관과 미국 대사도 바뀌어

ⓒReuter=Newsis압둘 바시르 살랑기 파르완 주지사는 ‘미군·연합군’과 친하다는 이유로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탈레반은 해마다 4월이 오면 대규모 춘계 공격 시작을 알리는 성명을 낸다. 탈레반 성명이 나온 뒤 5월부터는 자살폭탄 테러나 도로매설 폭탄 등을 동원한 공격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번 한국군에 대한 로켓포 피격도 외국군에 대한 춘계 공격의 일종으로 보인다. 카불 통신의 북부 지역 담당 기자인 나사르 라흐만 씨는 “한국군이라서 탈레반이 공격을 한 것이 아니라, 외국군이기에 공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곽에서 몇 발 쏘는 정도는 일종의 경고 신호일 것이다. 탈레반이 정말 공격을 하게 되면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두 가지 사건을 예로 들었다.

첫 번째는 5월11일 아프간 북동부 누리스탄 주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공격이다. 이날 400여 명이나 되는 탈레반 병사들이 누리스탄 주도(州都) 파룬에서 남쪽으로 18㎞ 떨어진 경찰 기지 주변 검문소 네 곳을 AK-47 소총 등으로 공격했다. 라흐만 기자는 “이 사건은 양측 모두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큰 사건이다. 탈레반이 진짜 공격을 하면 이렇게 대규모 기습 전투를 벌이는 식으로 한다. 로켓포 한두 발 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예로 탈레반의 요인 저격 방식도 설명했다. 5월12일, 헬만드 주 경찰서를 방문한 미군 해병대 중령과 하사 등 두 명을 아프간 경찰 소속 병사가 총격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경험이 많고 노련한 미군 해병대 중령이 그렇게 쉽게 당한 것은 탈레반이 아프간 경찰과 군인 사이에 조직적으로 섞여 있기 때문이다. 미군을 비롯한 나토 연합군이 훈련시킨 경찰이지만, 사실은 탈레반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외국군의 주요 인사를 사살한다. 이것이 최근 탈레반 공격 방식이다. 만약 탈레반이 한국군을 노린다면 공격 방식은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그는 전망했다.

미군과 동맹국들의 조기 철군이 가속화되고 북부에 함께 주둔 중인 독일군 철수가 시작되면 한국군에 대한 탈레반의 공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라흐만 기자는 “한국군이 차리카르에 있는 한 언젠가는 탈레반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경고 사격이란 진짜 공격을 위한 준비된 행동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북부 지역 치안이 불안해짐에 따라 최근 한국군이 주둔한 파르완 주에서도 주민 시위가 자주 일어나는 등 민심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공무원 오마르 씨(가명)는 “지난 4월18일 주청사가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 중 5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부상했다. 이날 시위대는 주지사까지 공격하려 했다. 주지사는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간신히 도망갔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시위대가 주지사를 공격한 것은 그가 미군·연합군과 친하며 민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패한 인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주지사는 압둘 바시르 살랑기 파르완 주지사다.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군에게도 우호적인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살랑기 주지사는 파르완 주에서 부패한 친미 인사로 통하며, 파르완 주민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평이다. 파르완 민심의 이 같은 동요는 한국군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특히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을 비롯한 미국의 아프간 전문가들이 올여름 일제히 교체되면서 아프간 안보 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을 CIA 국장으로 내정했다. 데이비드 로드리게스 아프간 주둔 미군 부사령관과 아프간에서만 8년6개월을 보낸 칼 아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도 교체된다. 그동안 백악관과 아프간·파키스탄을 동분서주 오가며 중재자 구실을 해냈던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 특별대표도 올해 초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이 같은 안보 공백은 아프간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리라 보인다. 이런 상황이나 빈라덴 사망과 관계없이, 한국군 오쉬노 부대 3진은 오는 7월 아프간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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