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

그러고 보니까 제가 발행인을 해본 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발행인과 편집인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학교나 학회의 장으로 일할 때 자연히 했던 온실 속에서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친 황야에서 늘그막에 왜 이런 일을 하기 시작했느냐고 자문해봅니다. 답은 지식인의 사회참여 양식이 비판이고, 비판은 시각이나 이해나 해석이 바르지 못할 때 다른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실천에 앞장서자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누구나 때와 장소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활동적 은퇴기(active retirement)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욱이 제가 평소에 소중하게 여기는 지표적 가치가 ‘정확’ ‘정직’ ‘정당’입니다. 이들 가치를 토대로 능력과 노력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되기를 꿈꾸는 데 정직을 표방한 〈시사IN〉이 이 일에 이미 앞장서고 있습니다.

마침 새 대통령이 탄생하는 즈음에 이 일을 맡게 되어 연관해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경제를 살려 국민이 성공하고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틀리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열등한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지수가 왜 높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만 넘으면 주관적 웰빙이 나라마다 비슷하다는 미국 경제사회학자 잉글하트 교수의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도는 2.7점으로 1위인 스웨덴(6.6점)에 비해 현저히 처져 있습니다. 사회적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시원치 않다는 뜻입니다. 경제를 아무리 살려도 환경이며 인성을 파괴하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수반되면 국가나 정부가 자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나라에서 더없이 소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보이지 않는 믿음과 사랑이며, 이 소중한 가치는 물질로 이루거나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시사IN〉과 저의 인연은 그 옛날부터인데 독자 여러분과도 직·간접으로 지금껏 소통해왔다고 믿습니다. 〈시사IN〉은 아직 매우 작지만 아름답고 신념에 차 있습니다. 독자의 신뢰가 오늘의 〈시사IN〉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국내외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갖추고 싶은 지식과 정보와 상상력으로 사회를 바꾸며 정직한 미래 사회를 여는 데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발행인 김광웅

 


 

〈시사IN〉은 1월18일 김광웅 대표이사를 발행인에 선임했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18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1940년 서울에서 출생한 김 발행인은 서울대 법과대학과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하와이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교수,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장,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좋은 책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이번 주 ‘편집국장의 편지’는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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