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얘기에 성(性)이 빠질 수 없다. 노인도 마찬가지이다. 노인의 성은 더 은밀한 화두이다. 어디 가서 말하기도 그렇고, 쌓아두자니 답답한. 노인들은 여전히 청춘인 마음과 늙은 몸 사이에서 오는 부조화와 외로움 같은 성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009년부터 ‘노인 성상담실’을 운영해 고민 해결을 도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상담 1042건을 들여다봤다. 가장 많은 상담은 성기능 장애(270건, 25.9%)였다. 한 70대 남성은 “2년 전부터 발기가 안 되어 관계를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했고, 다시 (성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아직 발기가 잘 안 된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조우혜서울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혼자 된 노인을 위한 만남 프로그램으로 ‘해피 싱글’을 진행했다.

 


성기능 장애는 때로 관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남성 노인들의 경우는 성기능 저하가 자신감 저하의 원인이 되고,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그러다보니 부부 간의 성 갈등(236건, 22.6%)이 상담 중 두 번째로 많다. 한 70대 남성은 “7~8년 전부터 아내에게 번번이 성관계를 거절당했다. 욕구가 있을 때마다 자위를 하며 해소한다”라고 말했다. 상담 순위 3위는 이성 교제(90건, 8%), 4위는 자위(68건, 6.5%)였다. 외로워서 이성을 만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느냐는 ‘실용 정보’를 묻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성 상담실을 찾는 노인의 절대다수는 남성이다. 전체 상담자 5명 중 4명(823건, 79%)이 남자이다보니, 남성 중심의 성 상담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여성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부부 간의 성 갈등이 1위, 이성 교제가 2위로 전체 결과와 차이가 났다. 성 상담을 총괄하는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팀장은 “아직까지 60대 이상은 성 자체를 남성의 이슈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들은 지난 세월 동안 성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성에 관심을 두는 걸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살다보니 상담 건수가 현저히 적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기타(72건, 16%) 항목에서는 동성애 상담이 눈에 띈다. “결혼을 해 평생 한 이성과 살다가 혼자가 되었는데, 내가 외로워서 이러는 건지 (본래 성적 취향이 그랬던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동성 애인을 만나고 싶다”와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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