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지음/환경운동연합 옮김/추수밭 펴냄 이 시대의 생수병은 마치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하나의 ‘패션’이 되었다. 종류는 또 왜 그렇게 많은가. 수원지는 어디인지, 어떤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등등 물 한 잔을 마시는 데도 깐깐한 안목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생수를 마시는 이유도 수돗물에 대한 불신, 편리함, 물맛과 생활 방식 따위로 다양하다. ‘상표’를 단 생수 광고는 생수가 우리를 건강하고 날씬하고, 멋지게 만들어줄 것처럼 유혹한다. 지구 한편에서는 물이 없어 죽어 나가는데, 파리에서는 한 병에 2만8000원짜리 북극 생수가 시판되고, 미국에서는 한 병당 무려  4만7000원짜리 ‘블링 H2O’라는 생수가 팔려 나간다. 미국에서는 1초마다 1000명 넘는 사람들이 생수병 마개를 딴다. 물론 그 병은 이내 쓰레기가 된다. 하루에 8500만 병, 연간 300억 병의 생수를 사 마시는 데 사람들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생수를 마시게 된 걸까. 생수는 수돗물에 비해 안전할까, 아니면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듯 필수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기업의 음모일까? 수자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생수 산업과 물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생수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이에 반대하는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들 역시 만났다. 그리하여 ‘생수란 무엇인가’에 대해, 또한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파헤친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80년대 대학의 하위문화와 대중정치 김원 지음/이매진 펴냄 ‘1991년의 봄’이 어느덧 20주기를 맞았다. 시작은 그해 4월26일 학원 자주화 투쟁에 나선 명지대 1학년생 강경대씨의 죽음이었다. 5월26일 성균관대생 김귀정씨가 강경 진압 과정에서 압사하기까지 불과 한 달 사이에 학생 13명과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다. 불과 4년 전인 1987년 6·10항쟁이 대통령 직선제라는 가시적 성과물을 가져오며 ‘승리의 기억’으로 남았다면, 강경대씨의 죽음으로 촉발된 1991년의 ‘5월 투쟁’은 패배로 점철되었다. 그 뒤로 많은 것이 변했다. 막걸리와 민중가요, 풍물과 수많은 학회도 사라졌다. 껍데기만 남은 학생운동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책의 문제의식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당시 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꿈꾸었는지, 또 왜 그 꿈은 실패했는지 생생한 증언을 통해 추적해 나간다. 학생운동 출신으로 제도 정치에 입성한 386세대의 권력 지향성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1991년 당시 운동 주체들의 일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은 ‘회고’에 그치지 않는다. 트라우마로 남은 ‘1980년대’를 비판의 칼날 위에 세우고, 해마다 대학생 200여 명이 세상을 등지는 2011년을 직시한다.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 지음/송태욱 옮김/열린책들 펴냄 ‘현대 건축의 살아 있는 아이콘.’ 안도 다다오는 현존하는 건축가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권투선수 출신인 그는 독학으로 건축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건축가로서의 여정과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각종 아이디어를 기록한 드로잉과 도면, 사진 등도 500여 점 수록했다. 

 

 

철학 연습 서동욱 지음/반비 펴냄 책을 넘기면 시험 기간을 앞두고 공부 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빌린 듯, 마음이 든든해진다. 스피노자에서 데리다까지,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골칫거리들이 어떻게 철학의 언어와 만나는지 꼼꼼히 보여준다. 바쁜 일상을 사느라 잠들어버린 생각을 두드려 깨우며 철학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다독인다.

 

 

맑스 〈자본〉 강의 데이비드 하비 지음/강신준 옮김/창비 펴냄 저 유명한 〈자본〉을 직접 읽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너무 많은 오해와 풍문 속에 놓인 이 ‘문제작’을 위해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가, 데이비드 하비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지난 40년간 〈자본〉 강독 모임을 가져왔다. 읽고 싶은데, 막상 자신 없었던 사람들. 먼저 이 친절한 ‘안내서’로 시작하라. 

 

 

아이스테시스:발터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 강수미 지음/글항아리 펴냄 벤야민의 초기에서 후기까지 그의 사유의 변화가 그린 궤적을 추적하며, 성과와 한계를 보여준다. 벤야민의 예비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지도’인 셈이다. 저자는 그의 글이 문학적으로는 뛰어나지만 내용상 파편적이라는 세간의 판단에 대해, 정당한 이론적 평가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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