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취직 안 하냐고, 취직하면 결혼 안 하냐고, 결혼하면 애 안 낳느냐고, 첫째 낳으면 둘째는 언제 가질 거냐고 묻는 이 지독한 ‘진도 압박’은 한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뿌리가 깊은가보다. 식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윌리엄 왕자 부부에게 벌써부터 후계자 생산 압박이 들어갔다.

시어머니인 다이애나 빈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전기를 쓴 작가가 대신 나서서 “향후 9개월 안에 임신을 하지 않는다면 왕실의 200년 전통에 대해 공공연히 반항하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새댁을 쪼아댔단다.

왕실의 법도가 9개월 안에 후손을 임신하는 것이라면, 특급호텔의 품격은 김치와 된장을 배제하는 것일까?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홀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특급호텔에 한식당을 두지 않으면 특1급 등급을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면서 정 장관은 이런 말을 붙였다. “호텔에서 파는 2만원짜리 된장찌개를 누가 먹겠느냐? 호텔 한식당은 김치찌개·된장찌개를 팔 게 아니라, 집에서 못 먹는 궁중요리 등을 정갈하게 만들어 누가 먹어도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뽀로로에게 한식 먹이기 네티즌 청원’도 꽤 무례한 측면이 있다. ‘뽀통령’ 혹은 ‘뽀느님’으로 불릴 만큼 격이 높은 분인데, 그분이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김치나 된장찌개 대신 신선로 정도는 먹여야 하는 게 아닐까? 세계 속에 한국을 드높이려면 아예 뽀로로의 펭귄 캐릭터를 (같은 조류 출신인) 토종 오골계로 바꾸자는 제안도 이참에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닭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BBQ 닭집 앞을 지날 때마다 BBK가 생각났던 사람이라면 오사마 빈라덴 사망 후 외신들의 오보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았을 듯하다. “오바마 빈라덴 사망”이라거나 “미국의 버락 오사마 대통령…”과 같은 오타들이 그대로 방송 자막으로 나와버렸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미국이 빈라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로도 이 오사마와 오바마 사이 ‘오타의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는 ‘음모론’이 파다하다. 디도스 공격에서 농협 전산망 해킹까지 못하는 게 없는 북한이, 오바마인 줄 알고 오사마를 해킹한 뒤 오사마인 줄 알고 오바마에게 첩보를 줬다는 것이다. 흠, 왠지 그럴싸한데.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