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라’에도 레임덕이 올까. 한 시절 풍미해도 권력은 한철, ‘뽀통령’도 자신할 수 없다. 말 못하는 빨간 덩치가 제법 귀여웠던 꼬꼬마 텔레토비 동산의 ‘뽀’도 벌써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한두 살배기 아이와 부모에게 대통령으로 통한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펭귄과 얼음 나라라는 동물 캐릭터계의 ‘비주류스러움’이 어쩐지 매력적인 권력자 같다.

예능의 강자 강호동도 아이가 뽀통령 앞에선 아빠를 본체만체해 섭섭하다는 말에 전국 부모들이 공감의 아우성을 쳤다. 울던 아이도 그치게, 밥 안 먹는 아이도 정신 팔려 순순히 먹게 한다는 뽀통령. 급기야 한 부모는 뽀로로의 식사 장면마다 한식을 등장시키자고 제안했다. 케이크와 쿠키 따위가 자주 나와 아이가 과자를 찾는다는 것.

자식 교육 시름 덜겠다며 격하게 공감하는 부모들 한편엔, 표현의 자유 걱정하며 외국에선 안 통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물과 오곡밥을 먹다가 캐릭터의 깜찍한 몸매가 줄어들까봐 걱정이다. 뒤뚱뒤뚱 배 나온 걸음걸이가 생명인 펭귄. 차라리 원래 입맛대로 생선을 먹이자.

3D 애니메이션 세상, 2D의 세상은 간 걸까.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에게 검찰이 10개월 징역형을 주장했다. 미혼이지만, 뽀로로 십여 편을 감상한 이로서 감히 추측건대, 쥐 그림에서 문제는 색감과 비율 그리고 안경으로 보인다. 뽀통령의 포스는 유재석처럼 ‘안경빨’로 완성된 것임이 증명됐다. 포스터 속 청사초롱을 든 쥐에도 안경을 씌웠어야 했다. 몸 색깔은 검정 말고 발랄한 파란색으로. 비율은 1세 몸매와 비슷하게.

공판에서 검사는 말했단다. 피의자가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했다고. G20의 청사초롱이 번영을 뜻한다는 건 이번 기회에 잘 배웠지만, 꿈을 강탈해서 10개월이라니 대꾸할 기력도 없다. 누군가 뽀로로의 인기 비결은 영웅이 나타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 스스로 깨쳐가는 데 있다고 했다. 검사가 나서서 벌을 내리는 통에 이번 일에서 뭔가를 깨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됐다.

뽀통령의 영향력은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입증됐다. 분당을 당선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투표 참여 캠페인에서 뽀로로 탈을 쓴 캐릭터와 악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역시 절대 권력자. ‘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레임덕 대신 ‘레임펭귄’의 세상이 오는 걸까. 뒤뚱뒤뚱.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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