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사건 핵심 증인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 협박 의혹' 기사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7부(고의영 부장판사)는 지난 대선 당시 BBK 수사를 맡았던 검사 10명이 주간지 시사IN과 해당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007년 12월 시사IN은 김경준씨가 옥중에서 쓴 메모를 입수해 단독 공개했다. 메모에는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3년으로 낮춰주고 여러 편의를 봐준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에 대해 최재경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수사검사 10명은 “검찰이 적법하게 수사하면서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시사인 측이 김씨의 일방적 거짓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했다”며 시사IN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해 피고가 총 3600만원을 원고(검사)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언론사와 취재 기자의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시사IN은 22일 오후에 판결문을 입수했으며 그 이전 판결문 주요 내용으로 보도한 것은 재판정에서 들은 내용을 속기한 것이다.)


 

- 이 사건 기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범죄수사, 공소 제기 및 그 유지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가 법질서 수호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검사의 직무집행과 그 공정성 및 중립성에 관한 것이면서, 정당의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었는지에 관한 것으로서,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이고, 따라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 이 사건 기사의 게재 당시 위 메모지와 녹음테이프에 담겨있는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이 사건 기사로 인하여 검사인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고 하여, 바로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기사가 공직자 또는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 피고 주진우는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기 이전에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김을 직접 만나 그로부터 메모지와 녹음테이프를 받았고, 위 메모지는 김경준이 서울지방검찰청 청사 내에서 장모와 필담을 하면서 자필로 작성한 것이었으며, 위 녹음테이프는 김경준이 검사와 수사관의 입회하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실에서 에리카 김과 전화로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었다. 따라서 피고 주진우가 위 메모지와 녹음테이프의 존재와 입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또한 메모지와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공표하는 것도 위 메모지와 녹음테이프에 그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의미에서는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 위 메모지의 내용과 위 녹음테이프의 내용은 합치되었고, 피고 주진우는 위 메모지와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피고 주식회사 참언론의 편집국에 보내어 다른 기자들 및 변호사와  상의하고 다른 언론기관의 보도내용 등 입수 가능한 자료와 비교·검토하였다. 따라서 피고 주진우로서는 위 메모지와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진실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 기사가 게제되자 검찰이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사에 대해 반박했으며, 이 사건 기사의 게재 이전에도 언론에 수사 진행상황이나 수사에 관한 검찰 관계자의 발언 등이 보도되었는바, 이에 의하면 검찰로서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어느정도 있었다 할 것이다.

- 원고들의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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