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so) 쿨~” “쏘 핫~” “쏘 섹시~”. 〈개그콘서트〉 새 인기 코너 ‘꽃미남 수사대’에서 형사 4인방이 저마다 내세우는 구호다. 범인 잡는 일은 뒷전인 채 누가 누가 더 ‘섹시’하고 ‘패셔너블’한지 기를 쓰고 경쟁하는 네 남자 덕에 주말마다 배꼽을 잡는다.

이번 주에는 우리 아트디렉터가 4대 권력기관 수장을 꽃미남 수사대로 패러디한 작품을 보고 또 한 번 배꼽을 잡았다. ‘너무 짓궂은 거 아냐?’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꽃미남 수사대나 권력기관 수뇌부나 닮은 데가 있다. 국민을 섬기는 본업보다 권력을 섬기는 가욋일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 자신을 부풀려 포장하는 데 익숙한 캐릭터들이라는 것 등등이다. 아, 이쪽은 꽃미남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다. 너그러운 양해 바란다. 못생긴 불독도 주인에겐 ‘꽃견’으로 보이는 법이라니까.

물론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있다. 꽃미남 수사대 4인방은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런데 하라는 독립은 팽개친 채 충성 경쟁, 종국에는 자기네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 권력 사수대는 국민에게 짜증과 불신만 안겨준다. 앞으로 있을 권력 교체기, 이들을 방치했다가는 또 같은 일을 당할 거라는 분노가 팽배하다. ‘다시 보자, 고·소·영’에 이어 ‘MB와 이권 동맹’을 맺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인 4대 권력기관에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시사IN〉이 요즘 이들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좇는 또 하나의 주제가 원자력 이권 동맹이다. 이번에는 원전 동맹을 하부에서 떠받치고 있는 원전 노동자들을 다루었다. 후쿠시마 원전 복구 작업에 참여 중인 한 노동자는 인터뷰에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원전 집시’라 불린다는 이들을 정치권이나 미디어가 조명한 것은 ‘원전 특공대’ ‘최후의 결사대’ 따위 영웅신화를 써가며, 이들을 사지로 등 떠밀 때뿐이었다.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기약 없는 수습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잊힌 채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존재에 새삼 마음이 무겁다.

MB 동맹과 원전 동맹의 공통점은 힘없는 보통 사람과 공동체의 미래를 희생양 삼는다는 점일 것이다. 소설가 장정일씨가 문화면에 소개한 책 〈원전을 멈춰라〉의 저자(히로세 다카시)는 원전의 주술로부터 풀려나는 첫 번째 실천으로 ‘속도를 줄이는 일’을 꼽았다. 마침 〈시사IN〉 연중기획으로 ‘함께 걷는 길’ 행사를 준비하던 중이라 이 구절이 새삼스러웠다. 이 봄, 독자들과 함께 한 발 한 발 걸으며 잊어야 할 것과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의 가지치기를 하고 싶다.

기자명 김은남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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