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정용재 증언/정희상·구영식 정리/책보세 펴냄 ‘리스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태광실업 박연차씨에게 불법 자금을 수수한 사람들의 명단(박연차 리스트)과, 고 장자연씨에게 성 상납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장자연 리스트)은 최근 뜨거운 뉴스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용재 리스트’이다. 정용재씨는 건설업자로서 법무부와 검찰에서 위촉한 소년선도위원과 갱생보호위원을 지내며 검사들에게 돈과 성을 접대한 사실을 폭로한 사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접대비로 쓴 돈만 10억원 이상이다. 정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 방송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은 이 같은 검찰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샀다. 후폭풍은 만만찮았다. 이후 진상규명위원회와 특검이 진행되었지만 뇌물 수수 혹은 직무 유기로 기소된 검사 4명 외에는 모두 내사 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증거가 명확하게 남아 있는 몇 차례의 향응을 인정했을 뿐, 정씨가 수백명에게 제공했다는 성 접대는 한 건도 인정되지 않았다. 스폰서 검사를 취재해온 정희상 〈시사IN〉 전문기자,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정씨의 구술과 1년여간의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이 책에 스폰서 검사 전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대로 진실을 묻히게 둘 수 없다”라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적어내린 ‘고발장’인 셈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또 어디서 찾겠느냐”라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말에 대한 판단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막스 베버 지음/최장집 엮음/박상훈 옮김/폴리테이아 펴냄 일석이조, 두 권의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부에는 지난해 여름 진행된 최장집 교수의 강연 내용이, 2부에는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새로 번역한 〈소명으로서의 정치〉가 담겨 있다. 강의를 통한 이해와 독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텍스트 읽기’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의 결과물이다. 최 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회와 정치의 현실이 철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진단한다. 정치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뚜렷이 확대한 ‘거인’들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그러한 거인 중 첫 번째로 한국 사회에 소환된 이유는 분명하다. 베버의 저작 중에서도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란 무엇인지, 정치가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기 위한 고전 중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버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박 대표는 베버가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했는지 충분한 이해를 돕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단 중간중간에 첨언을 하고 역주를 풍성하게 달았다.

 

테르마이 로마이1(로마 공중목욕탕) 야마자키 마리 지음/김완 옮김/애니북스 펴냄 ‘산업 스파이’가 따로 없다. 해고당한 고대 로마 목욕탕 설계기사인 주인공은 타임슬립(time slip:시간 이동)을 통해 현대 일본의 목욕탕을 경험한다. 로마로 돌아간 그는 현대 목욕탕을 그대로 재현해 유명 목욕탕 설계기사로 이름을 날리며 황제까지 알현하게 된다.

 

 

꽃 같은 시절 공선옥 지음/창비 펴냄 시시콜콜한 동네 이야기 따위는 기삿거리로 다뤄주지 않는 언론을 대신해 작가는 대신 펜을 들고 ‘비명’을 지른다. 소설은 한 시골 마을에 들어선 쇄석공장과 주민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순하고 약한 시골 할머니·할아버지의 ‘꽃 같은 싸움’은 비록 졌지만 절망과 허무함 대신 따뜻함을 남긴다.

 

 

암컷은 언제나 옳다 브리짓 스터치버리 지음/정해영 옮김/이순 펴냄 ‘새 탐정’을 자처한 저자가 새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캐냈다. 새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상당히 높은 비율로 불륜을 저지른다. 암컷이 옆집 수컷과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수컷은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진화되어왔단다. 책의 수익금은 조류 보호 조사 기금으로 쓰인다.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펴냄 주인공은 매사 돈 걱정으로 징징거리는 아내와 두 아이랑 살고 있다. 우연히 경마를 통해 공돈이 생기자 고향 마을을 떠올린다. 가스요금과 학비,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고자 소년 시절의 마을로 ‘숨 쉬러’ 떠난다. 불안에 대한 오웰의 통찰이 돋보인다. 국내 첫 번역.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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