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이 칼럼은 김미화씨가 MBC 라디오 진행 사퇴를 발표하기 전에 쓰여졌습니다.

2007년 9월, 〈시사IN〉을 창간하기 직전 일이다. 여러 분에게 창간 축하 ‘멘트’를 받아 싣기로 했다. 길어야 문장 서너 줄이었다. 전화로 불러주겠다는 이가 많아 그 내용을 기자가 정리해 싣기도 했다. 누구에게 부탁할까. 김미화씨가 떠올랐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시사 주간지 창간을 축하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전화를 걸어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하고 “전화로 알려주시면 정리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미화씨는 메일로 글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메일이 도착했다. “어떤 꽃은 만지고 눈에 비비면 눈을 멀게 하는 꽃이 있다. 어떤 꽃은 먹기만 해도 듣지를 못하게 만들고, 말을 못하게 만드는 꽃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오묘하여, 못 보고 못 듣고 말 못할 때 시원하게 낫게 해주는 고마운 꽃도 있다. 여기 그 씨앗이 지금 땅에 떨궈졌다.”

ⓒ시사IN 양한모

창간 후 그 축하문이 편집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정말로 김미화씨가 쓴 글이냐고 묻는 이까지 있었다. 사려 깊음과 신중함. 원고 수발자로서 그녀에게 받은 첫인상이었다.

김미화씨가 처음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맡은 게 2003년이다.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자 PD가 ‘따뜻한 뉴스로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사회복지’라고 설득했단다. 만학도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미화씨는 그 말에 넘어갔다고 한다. 그녀가 맡은 프로그램은 7년 반 동안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광고 매출이 가장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회복지’까지는 몰라도 높은 광고 매출로 최소한 MBC의 ‘사원복지’에 꽤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런데도 최근 또다시 진행자 교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사가 공들여 안착한 프로그램을 경영진이 오히려 흔들어대고 있는 꼴이다.

김미화씨의 전자우편 ID에는 comedy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발신자 이름은 ‘개그마님개그개그’이다. 웃음을 주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오랜만에 완장을 차 어깨에 힘이 들어간 이들이, 어깨에 힘 빼고 편안하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또 흔들어대고 있다. 참 웃기는 일이고, 웃기는 방송사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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