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긴급재난문자가 울린다. ‘○○번 확진자’ 동선이 공개된다. ‘64년생 남자’는 편의점만 들렀다. 다른 동선이 일절 없다. ‘56년생 여자’는 알뜰시장을 방문했다. 역시 약국과 병원 말고 들른 곳이 없다. 음식점도 가지 않았다. 확진자 동선에도 차이가 난다. 한강 이남 지역 각 구청 홈페이지를 접속해보았다. 공항, 백화점, 음식점, 카페, 헬스장 등 동선이 복잡하다.

매일 울려대는 ○○번 확진자, 5년 만의 호명이다. 찾아보니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번’으로 불렀다. ‘○○번 확진자’라는 단어에 은연중 담겨 있는 적대와 경계를 본다. ‘접촉하면 위험하다’는 배제가 읽힌다. 아이러니하게 감염병은 나와 너가 아닌 ‘우리’, 그리고 ‘공동체’를 환기시킨다. 나만 잘 산다고, 너만 청결하다고 감염병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감염병을 물리칠 수 있다. 유대감으로 서로 연대해야 이겨낼 수 있다.

감염병은 또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곳을 드러낸다.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던 정신질환자들의 집단감염에 의료인들도 충격을 받았다. 의료인들은 집단감염보다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비극적이라 섣불리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시사IN〉 제647호 ‘21세기 감염병은 네버엔딩 스토리’ 기사).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도 드러났다. 이들에게 재택근무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다닥다닥 붙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근무하는 콜센터가 전국에 많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에야 그들의 노동환경이 언론에 보도된다.

은폐된 곳이 어디 콜센터뿐이겠는가. 코로나19 방역의 또 다른 구멍이 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라고 부른다. 1월 현재 39만5000여 명이나 된다. 이들은 마스크 배급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언론에는 마스크를 빼돌려 판 불법체류자만 보도된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얻으려면 고용주의 선의나 시민단체 구호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감염되더라도 의료기관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 당국은 단속하지 않겠다고, 폐렴 증상이 있으면 검사비도 무료라고 홍보한다. 그동안 추방 공포에 시달린 탓에 이들에게 보건소나 병원 문턱은 높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말한다. 배제와 격리로는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없다고.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와 함께할 이웃이다.

포용과 연대의 시선으로 이번 호도 코로나19 기사를 담았다. 누가 사는지도 몰랐던 이웃의 안위를 이제야 신경 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이웃을 돌아보면 어떨까. 그들에게 ‘내 안전’이 달려 있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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