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 대검찰청 로비에 걸린 ‘검사 선서’ 일부다. 법무부 훈령으로 ‘정치적 중립과 공정’ 조항(제3조)이 따로 있다. ‘검사는 정치 운동에 관여하지 아니하며 직무 수행을 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윤석열 검찰의 폭주를 보며 검사 선서와 검사윤리강령 조항이 떠올랐다.

이번 수사를 되돌아보면 윤석열 검찰은 세 국면에서 ‘포괄적 정치행위’를 했다. 먼저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강제수사에 돌입한 국면이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었다. 검찰이 대통령의 시간, 국회의 시간, 언론의 시간을 찬탈했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패착이었다.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정경심 교수를 조사 없이 사문서 위조 혐의로 한밤중에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이유였다. 청문회용 기소, 낙마용 기소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최근 위조 날짜를 특정해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밤중 기소가 정치행위였음을 자인한 것이다.

ⓒ연합뉴스

피의사실을 흘려 정치에 관여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조국 장관과 검사가 통화한 사실이 야당 의원에게 유출됐다. 윤석열 총장은 “본질은 수사 정보 유출이 아니라 수사 압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라는데 정작 윤 총장은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 이 발언은 검찰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메시지다. 검찰과 야당의 합작을 방조 내지 묵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총장이라면 “수사 압력도 문제이고 검찰 내부 정보가 총장도 모른 채 정치권에 흘러간 것도 잘못됐다” 정도로 균형감을 갖췄어야 한다.

검사윤리강령에 나온 정치 운동은 ‘정당 가입’이나 ‘정당 행사 참여’로 좁게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포괄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포괄적 정치행위를 일삼는 검찰을 제어할 법적 장치를 살펴보았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속한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한다(제24조). 법무부 외청인 대검찰청도 감사 대상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검을 상대로 기관 운영 감사를 했다. 검찰의 수사와 공소 제기·유지 사무는 제외했다. 감사원 자체 규칙(직무감찰규칙)에 ‘준사법적 행위’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을 제어할 민주적 통제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뿐이다. 하지만 현 장관은 수사 관련자라 나설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직접 발언한 이유다.

검찰 수뇌부가 출퇴근하며 마주치는 검사 선서는 이렇게 끝난다.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한다.’ 수사 종료와 별개로 윤석열 검찰은 포괄적 정치행위를 반성해야 한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