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밖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쪽을 바라보고 있다. 2019.9.5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약사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30대 여성을 구속했다는 내용이었다. 5개월 뒤 울산지방검찰청이 광역수사대장과 직속 팀장을 입건했다. 피의사실 공표 혐의였다. 검찰 과거사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의사실 공표로 접수된 347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그런 검찰이 갑자기 왜? 인권의 보루로 거듭나서? 천만에다.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의 최전선이 울산지역 검찰과 경찰이다. 경찰 압박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피의사실 공표와 국민의 알권리, 그리고 언론 자유는 상충한다. 균형이 필요하다.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형법 제126조). 검찰 과거사위 발표대로 그동안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범죄행위 주체와 기소 주체가 똑같이 검찰이기 때문이다. 2009년 알권리라는 미명하에 어떤 이의 피의사실이 언론에 생중계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뒤 이명박 법무부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수사공보 준칙)’을 훈령으로 만들었다. 기소 전에 수사 내용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시켰다. 기관장 승인을 받아 서면 브리핑을 원칙으로 했다(단 오보 대응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구두 브리핑 허용). 수사 내용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 ‘감찰’을 실시하게 했다. 한동안 훈령이 지켜지는 듯했다. ‘티타임’으로 이름만 바뀐 채 구두 브리핑이 부활했다.  

최근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를 두고 ‘제2의 논두렁 시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만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 압수수색 직후 TV조선에 보도됐다. 검찰은 해당 언론사의 해명에 근거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수사공보준칙에 따르면 감찰을 하고 발표하는 게 맞다. 아직까지 감찰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고질병인 ‘타건 압박수사’ 의혹을 받을 만하다. ‘A범죄(본건)’를 수사하고 싶은데, 증거가 부족하면 ‘B범죄(타건)’를 먼저 수사해 증거를 확보하고, 이후 B범죄 증거를 내세워 A범죄를 수사하는 것을 타건 압박 수사라고 한다(임수빈, 〈검사는 문관이다〉). 왜 이렇게 할까? 윤석열 검찰총장 ‘1호 수사’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이들을 기소하지 못하면 검찰은 전체 조직의 붕괴로 여긴다. 조직 보호와 무오류 신화에 대한 집착이다.

박훈 변호사가 이번 피의사실 공표 의혹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되는 검찰 관계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근절될 것이다. 이번이 그 기회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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