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취재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클릭 몇 번으로 해외 취재가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해외 특파원이 줄었다. 〈시사IN〉도 해외 특파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의 생생함을 무시할 수 없다.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제536호), 라오스 댐 붕괴 사고 현장을 가다(제578호), 베트남 현지 취재, 도이머이 북한의 미래(제565호), 거대한 변화(제562호), 개혁개방 1번지 선전 르포, 중국의 오늘(제591호), 다시 시작된 세기의 밀당(제599호) 등 해외 현장으로 기자들을 보낸 이유다.
홍콩 시위를 주시하다 김영화·이명익 기자를 급파했다. 두 기자는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취재 보고를 받다 크리스 영 홍콩기자협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12월 ‘탐사보도와 아시아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린 ‘2018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2014년 우산혁명 후 홍콩 언론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려주었다. 지난해 10월 홍콩 외신기자협회 부회장 빅터 맬릿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는 홍콩 당국으로부터 비자 연장을 거부당했다. 입국도 금지되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앤디 찬 홍콩 민주당 대표를 외신기자협회가 초청하자, 정치보복의 표적이 되었다고 크리스 영 기자협회장은 설명했다(〈저널리즘의 신〉, 2019). 홍콩의 언론자유지수가 2002년 18위에서 최근 73위까지 추락한 이유를 그의 강연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3월에는 홍콩기자협회 소속 저널리스트 18명이 〈시사IN〉 편집국을 찾았다. 한 기자가 “한국에서는 권력 비판 기사를 쓰면 기자들이 린치를 당할 위험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린치? 폭력?”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거액의 소송을 당하긴 하지만 물리적 폭력 위협은 없다고 답했다. 린치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놀라워했다. 놀라운 표정의 이면에서 나는 그들에게 드리워진 어떤 공포감을 느꼈다.
김영화·이명익 기자가 현장에서 건져 올린 시민들의 목소리에서도 ‘공포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그 배경을 더 알기 위해 지난해 저널리즘 콘퍼런스를 준비하며 현지 취재했던 홍콩 독립 언론 〈단전매〉에 급히 연락했다. 〈단전매〉는 2015년에 창간된 온라인 매체다. 창간 직후부터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다. 그러나 가상 사설망인 VPN을 이용해 중국에서 접속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리즈더 편집장은 흔쾌히 원고 청탁에 응해주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시사IN〉이 해외 독립 언론과 관계를 맺어 가능했다. 언론판 ‘임을 위한 행진곡’ 연대다. ‘바람에 맞서다.’ 홍콩기자협회 슬로건이다. 억압과 거짓의 바람에 맞서 진실을 향한 연대를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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