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은 물건을 오래 쓴다. 핸드폰도 그랬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뒤에도 2G 폰을 고집했다. 편집국에서 모바일 대열에 늦게 합류했다. 굳이 이름 붙이면 ‘새것 증후군’이다. 새 물건 사용을 주저하고 새 기능에 낯설어한다. 지금도 스마트폰에 깔린 앱이 많지 않다.
마감이 끝나는 새벽, 택시를 편하게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카카오택시 앱을 뒤늦게 깔았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도 최근에야 처음 이용했다. 타다를 론칭한 이재웅 쏘카 대표를 인터뷰해 커버스토리(제583호 ‘이재웅의 혁신 제안’)로 올린 게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이 대표는 “타다를 통해 사람들이 공유경제를 경험하도록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때도 난 타다를 직접 이용하지는 않았다. 기사(문자)로만 타다를 경험했다. 이번에 앱을 깔고 카드번호를 입력한 뒤 호출했다. 카카오택시보다 배차가 빨랐다(그 이유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 담겼다).
택시 요금보다 2000~3000원 더 나왔다. 만족도는 그 이상이었다. 누구는 기사의 ‘묵언 서비스’를 최고로 꼽는데, 나는 과속을 하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새벽에 택시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기본이고 손잡이를 꼭 잡는 버릇이 있다. 과속 때문이다. 기사 개인 문제만은 아니다. 택시 과속은 사납급 문제와 직결된다. 법인택시는 사납금을 채워야 하니 속도를 높이고 한 명이라도 더 태운다. 타다는 기사에게 시급을 지급한다. 현재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서 타다 1000대가 서비스되고 있다. 출시 6개월 만에 회원 수가 벌써 50만명을 돌파했다. 택시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파괴적이다.
택시와 타다 논쟁 전선은 다층적이다. 크게 보면 이번 커버스토리 제목처럼 ‘혁신이냐 약탈이냐’의 논쟁이다. 이재웅 대표의 말대로 타다는 공유경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플랫폼 노동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어느 사회나 제도와 관련 법규로 구체화된 사회계약이 작동한다. 택시 면허제도 역시 계약의 일환이다. 면허는 지대 성격이 있다. 하지만 ‘기득권’으로만 단정하고 일부 집단의 문제로만 무시하기에도 애매하다. 공익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명을 외면할 수도 없다. 제583호에서 지적했듯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벌어지는 전쟁터다. 우리만의 현상이 아닌 것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우버 등 플랫폼 서비스로 면허 가격이 폭락한 뉴욕시에서도 택시 운전기사 8명이 자살했다.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더불어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어렵고 논쟁적이지만 답을 찾아야 한다. 아직까지 정부도 정치권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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