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 기자는 ‘맥덕(맥주 덕후)’이다. 맥덕 기자가 자주 가는 회사 앞 단골 술집이 있다. 마감을 하면 늘 한 통닭집을 찾는다. 2005년 음악을 좋아하는 주인이 차린 이 가게는 13년간 이 동네에서 살아남았다.

2007년 창간 이후 사무실이 있던 독립문을 떠나 2012년 중림동으로 이전 했다. 이곳에 둥지를 차릴 때만 해도 한산한 동네였다. 지난 몇 년 새 주변 상권이 꿈틀댔다. ‘서울로 7017’이 생기면서 ‘중리단길’로 불렸다. 핫플레이스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밤이면 가게마다 손님들이 그득했다. 부작용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덮쳤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새 가게가 들어선다. 동네 터줏 대감 노릇을 하던 자영업자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그들이 떠난 곳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들어 섰다. 불과 몇 달 전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문을 연곳에서 또다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집은 얼마나 버틸까?

전혜원 기자가 ‘백종원을 통해 본 한국 자영업 시장 분석’ 기획안을 냈을 때 회의적이었다. 기획 패키지 가운데 하나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민감한 문제에 그가 인터뷰를 할까? 전 기자는 백종원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다. 백 대표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오며 ‘핫해졌다’.

지난 10년간 자영업자는 늘 화두였다. 직장에서 밀려난 50대들에게 열린 재고용 시장은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 아니면 자영업이다. 숙련이 없는 상 태에서, 또 사업 경험도 없이 퇴직금을 털어 넣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된다. 가맹본부는 그런 가맹점주를 지배하고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종속된다. ‘종속적 자영업자’가 된 이들 상당수는 사람을 쓸 여유가 없다. 자신과 가족을 ‘갈아 넣어’ 버틴다. 평균 3.1년 정도 유지하다 문을 닫는다. 그 자리엔 중림동의 일상 풍경처럼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문을 연다. 전혜원 기자 기사에 나오듯 ‘저숙련 자영업의 틈을 프랜차이즈라는 표준화된 숙련이 파고든다’.

창업은 쉽고 수성이 어렵자, 공적을 밖에서 찾는다. 대표적인게 최저임금이다. 아주 무관하다 할 수 없지만, 장사가 안 되고 폐업하는 게 오로지 최저임금 탓일까?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자영업이 활성화될까? 이런 착시를 바로잡고 현상의 본질을 똑바로 보는 데 이번 커버스토리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사를 쓰다 막히면, “아~” “하!” “아이X” 등 온갖 ‘구강 할리우드 액션’을 하는 전혜원 기자가 방금 원고를 넘기고 사무실을 떠났다. 맥덕 기자, 오늘도 단골 술집에 들를 것이다. 매주 혼신을 다해 기사를 쓰는 전 기자를 위해서라도 단골집이 부디 오래 더 버텨주기를.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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