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기자들을 왜 기레기라 불러? 기레기가 무슨 뜻이야?” “…….”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기자와 쓰레기’ 합성어라는 답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어… 기러기 아빠 들어봤지? 철새인 기러기처럼 기자들이 이곳저곳 취재 다닌다고. 그래도 좋은 뜻은 아니니까 쓰지는 마.” 아무래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아이는 조만간 클릭 몇 번으로 의미를 알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언론 참사였다. 대형 오보, 재난 취재와 보도 매뉴얼 부재, 따옴표 저널리즘…. 한국 언론의 민낯이 드러났다. 2014년 등장한 신조어 ‘기레기’는 이제 보통명사가 되었다. 기레기 전에는 ‘냄비 언론’이라는 말이 쓰였다. 사건이 터지면 관심이 뜨겁다가 순식간에 식는 병폐를 담았다. 어뷰징 기사가 많아지며 악습은 진화했다. 기레기나 냄비 언론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널리즘 본질, 바로 팩트에 충실해야 한다.


지난 7월23일(현지 시각)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새들 D가 붕괴되었다. 사고 직후 김연희 기자, 이명익 사진기자, 김영미 편집위원으로 취재팀을 꾸렸다. 당시 현장에 급파하려고 했다. 국내 언론사 일부도 현장 취재에 나섰다. 〈시사IN〉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사고 직후라서 그런지 국내외 기사를 보더라도 원인을 알기 어려웠다. 취재팀에게 관련 뉴스를 계속 주시해달라고 부탁했다. 사고 보름 뒤부터 국내외 뉴스가 뜸해졌다. SK건설의 구호 활동에 관한 홍보성 뉴스만 간간이 이어졌다.

9월17일 취재팀은 라오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고 뒤 57일째였다. 붕괴된 새들 D 보조댐뿐 아니라 당시 쏟아진 5억t 물이 가장 먼저 덮친 타생짠 마을까지 진입했다. 취재팀 채팅방에 올라오는 사진에는 악전고투가 담겨 있었다. 차로, 경운기로 이동하다 더 이상 진입이 어렵자, 맨발로 걸었다. 김연희 기자는 진흙길을 가다 굴러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마침내 타생짠을 취재할 수 있었다. 이명익 사진기자가 드론을 띄워 찍은 타생짠 마을 흔적이 이번 호 표지 사진이다.

그사이 김영미 편집위원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라오스 정부 담당자와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사회주의 국가라 이들에 대한 인터뷰나 취재가 쉽지 않았다. 김 위원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팩트 조각을 하나씩 맞춰갔다. 물론 이번 취재로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진 것은 아니다. 이번 기사가 끝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작이다.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시사IN〉은 이번 사고에 대한 탐사보도를 이어갈 것이다. 관련 제보도 기다린다. 〈시사IN〉 취재팀은 기러기처럼 다시 날아 라오스 현장을 찾을 것이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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