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 서울 강남구 ‘제이티비씨플러스(JTBC PLUS)’ 사내 곳곳에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제이티비씨플러스는 2015년 6월 설립된 JTBC 계열사다. 제이티비씨플러스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회사가 발행하던 잡지 8개(여성중앙, 인스타일, 쎄씨, 헤렌, 코스모폴리탄, 엘르, 에스콰이어, 바자) 가운데 4개(여성중앙, 인스타일, 쎄씨, 헤렌)가 차례로 사라졌다며 “회사는 어떤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간을 통보했다”라고 비판했다. 대자보 작성자는 “JTBC 뉴스가 정의를 말할 때, JTBC 이름을 단 회사가 소속 직원들에게 얼마나 부당한 일을 저질러왔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은 정의를 이야기하는 뉴스를 품고서 직원들을 부당하게 밖으로 내몰고 있다. 약자의 편이라고 말하면서 조직 안의 약자에게 갑의 칼을 휘둘렀다”라며 회사를 상대로 10개 질문을 던졌다. 회사는 이 대자보를 곧바로 수거했다.

제이티비씨플러스가 발행하는 잡지 〈여성중앙〉 〈헤렌〉 〈쎄씨〉 〈인스타일〉(왼쪽부터)이 기약 없는 휴간에 들어갔다.

휴간과 권고사직에 대해 제이티비씨플러스 관계자는 “휴간 인력 12명 중 1명은 자진해 다른 회사로 갔고 3명은 다른 부서 배치를 권했으나 본인이 퇴사했으며 8명은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되었다. 강압적으로 많은 사람을 권고사직시켰다는 (대자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잘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 남은 잡지들을 잘 키워가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여성중앙〉이 1월호, 〈인스타일〉이 3월호, 〈쎄씨〉와 〈헤렌〉이 8월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기약 없는 휴간인 데다, 사유가 경영 악화라는 점에서 사실상 폐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이티비씨플러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마감 며칠 전 일방적으로 (휴간을) 통보받았다. 이후 기자 몇몇이 사직을 권고받았다. 매체와 사람을 소중히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휴간되지 않고 ‘살아남은’ 매체도 예외가 아니다. 제이티비씨플러스 소속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이 출산휴가에 들어간 직후 다른 편집장으로 교체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이티비씨플러스 소속 한 기자는 “편집장이 출산휴가에 들어간 지 2주도 안 되어 인사 발령한 것은 인간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황당하다. 여성 인력이 대부분인 잡지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더 분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전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을 어렵게 인터뷰했다.

‘새 편집장이 온다’는 연락을 언제 받았나?

7월17일까지 출근한 후 7월18일부터 7월20일까지 주말 출근에 관한 대체 휴가를 3일 사용했다. 7월22일 출산했고, 7월23일부터 출산휴가가 적용되었다. 출산휴가 시작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8월3일, 다른 인력을 내 자리에 발령한다는 사실을 회사 총괄로부터 전화로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회사는 출산휴가 중 편집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편집장 대행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올해 초부터 대행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고 점진적으로, 체계적으로 인수인계를 완료한 상황이었다. 편집장 대행 체제는 인수인계 과정 내내 회사의 동의를 거쳐 진행한 내용이었고, 7월16일 마지막 회의에서까지도 회사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코스모폴리탄〉은 미국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중요해 한 달 전 대행 체제에 대해 전달하고 업무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데 편집장 대행이 매체 운영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회사는 편집장 교체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에 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

어떻게 대처했나?

(통보 이후) 인사팀에서 앞으로의 과정에 대해 연락이 올 것으로 생각하고 일주일 넘게 기다렸으나 아무 연락이 없었다. 회사 측에서 전화 통보 외에 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은 점 역시 당황스러워 직접 인사팀에 연락했다. 회사는 복직 시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정확히 정리된 바는 없다. 교체된 새 편집장으로 8월14일 인사 발령이 났다. 나는 현재 보직이 없는 상태로, 복직 시에 적합한 자리를 정리한다고 한다. 공정한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를 모회사로 하는 제이티비씨플러스(계열사)에서, 또 여성에게 주체적인 삶의 메시지를 전하는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매체에서 출산휴가를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에게 이런 결정을 했다는 점이 심히 유감스럽게 여겨졌고, 이 부분은 회사에도 생각을 전달한 상태다.

최근의 폐간(휴간)이나 권고사직의 흐름과 이번 편집장 교체가 관련이 있다고 보나?

매출과 수익에 민감한 회사라 전체적으로 변화가 많은 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그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워 직원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모폴리탄〉은 어려운 업계 상황에도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회사 내에서도 중요한 매체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도 편집장 교체가 이뤄진 것은 출산휴가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 느꼈나?

편집장으로서 임신 기간에도 야근과 주말 출근을 이어가며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했다. 회사 측에서는 출산휴가 기간의 매체 운영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했고, 육아휴직까지 내면 내 보직이 없어질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출산휴가를 시작하자마자 이런 발령이 나는 것을 보고 이는 차별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상 ‘차별’로 분류된다).

최근 휴간과 권고사직 사태와 관련해 회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경영진 처지에서는 운영이 어려운 매체에 대한 정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소통이 부족한 점도 사실이다. 회사 전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경영진 선에서는 조직 개편 외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연간 계획과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등의 이슈를 공유하고 직원들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사내에 대자보가 붙은 사실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미디어 역시 사람이 핵심 재원이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리는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에디터의 경우는 특히 여성이 많은 만큼, 앞으로 사내 다른 직원들에게도 출산휴가 중의 불이익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가치는 지켜가면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

편집장 교체에 대해 제이티비씨플러스 관계자는 “김 전 편집장은 대행 체제를 갖춰놓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회사가 대행으로 공식 발령을 내지 않았고, 편집장을 공석으로 비워두는 게 경영적으로 위험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으로 보려면 복귀 후 전과 다른 업무를 맡긴다든지 처우를 달리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 역량이나 커리어에 맞는 포지션을 본인과 합의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편집장의 복귀 뒤 보직이 편집장인지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그건 아직 모른다”라고 말했다. 박성우 노무사(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는 “편집장으로서의 지위 유지가 위태로워졌고 지금도 불안 속에서 휴직 기간을 보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황상 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제이티비씨플러스에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다. ‘노회’라 불리는 회사와 직원 간 협의체만 존재한다. 한 기자는 “크게 힘을 발휘하는 조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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