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갤러리 입구에는 오렌지색 지붕의 작은 집 두 채가 외로워 보이는 수항도 사진이 걸려 있었다. 윗집과 아랫집에 살던 할머니 두 분 모두 육지 요양원에 간 뒤 빈집이 되었다. 무인도가 된 섬에서 할머니가 두고 간 개 한 마리가 굶고 있었다. 시인은 그 개를 거두어 뭍으로 데려갔다.

다른 사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풍경 사진이 아니었다. 시인에게 시 한 편씩을 안긴 섬살이의 고단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시인이 들려준, 사진 뒤의 긴 사연이 하나씩 떠올랐다. 섬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다. 사진에서, 축적된 시간이 느껴졌다. 은빛을 넘어서 금빛이 된 바다 등 기다리는 자만이 볼 수 있는 다양한 빛이 담겨 있었다.

섬은 모순의 공간이다. 섬사람들은 해의 시간과 달의 시간을 모두 맞춰 살아야 해서 육지 사람들보다 두 배 더 바쁘게 사는데, 섬에 온 사람들은 고즈넉한 풍경에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시인의 사진에는 그런 모순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분명 고된 노동을 담은 사진인데 더없이 목가적이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강제윤 시인이 첫 번째 맞이하는 섬의 날(8월8일)을 기념해 연 섬 사진 전시회 〈당신에게 섬 展〉(8월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의 사진들이다. 시인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섬 400여 곳을 방문하며 찍은 사진 50여 점을 전시했다. 사라져가는 섬의 토속 음식을 채록해 〈전라도 섬맛 기행〉도 펴냈다.

시인은 섬의 안내자이자 섬사람들의 대변자이며 다양한 섬 정책의 제안자이다. 섬학교 교장을 자처하며 지난 8년 동안 매월 1회씩 연인원 3000여 명과 섬 답사를 진행했다. 시인은 오랜 세월 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투사이기도 하다. “33일간의 단식으로 보길도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지켜냈고, 도로공사로 소멸될 뻔한 여서도 돌담을 보존했으며, 대기업에 매각될 뻔한 관매도 폐교 또한 지켜냈다. 지금은 백령도의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섬을 알면 알수록 싸울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국가적인 섬 정책 컨트롤타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섬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행정부 간부들이 두루 참석한 포럼에서 되도록 마이크를 섬사람들에게 주었다. 산 넘고 물 건너오신 그분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무의미한 토목사업 말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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