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서 저자는 ‘지은이’로 소개된다. 여기에 짧은 글을 쓰는 일과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의 차이가 드러난다.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듯, 저자는 목차라는 구성과 얼개를 세워서 책을 짓는다.
저자들 중에서도 특히 구성에 매우 공을 들이는 이가 있다. 이들의 작품은 집필에 들어가기 이전에 기획안이나 최초의 목차만 보아도 책을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저자들은 문장 역시 간명하고 논리적이라 술술 읽히곤 한다.
식사에 비유하자면, 이 책은 근사한 한 끼의 정찬보다는 한 주나 한 달의 식단과 같다. 유럽과, 나아가 현재 인류 문명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교양을 고루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럽의 주요 성당, 박물관, 궁전, 기차역 등 각 장을 여는 12개 지도나 인포그래픽도 놓치지 마시길.
그런데 왜 우리가 유럽을 알아야 할까? 싫든 좋든 오늘날의 세계와 우리 시대의 근간을 형성한 것이 유럽이기 때문이다. 단지 교양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어디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알기 위해 유럽을 배워야 한다. 아무쪼록 독자들이 그물과 그물을 통과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유럽 문명의 다양성과 통일성이 만들어내는 묘미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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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아웃소싱되는 일자리 [독서일기]
로봇에 아웃소싱되는 일자리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나이절 캐머런의 〈로봇과 일자리: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이음, 2018)는 제목보다 표지 그림이 지은이의 전언을 한층 압축적으로 웅변해준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의자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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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갇힌 우리, 진짜 집을 찾아서
우리 안에 갇힌 우리, 진짜 집을 찾아서
김구경 (고래뱃속 편집장)
책장을 넘기면 동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물원’을 소개합니다. 목이 기다란 기린을 배려한 키다리 식탁, 방귀 냄새가 지독한 스컹크를 위해 강력 탈취 시스템을 갖춘 청결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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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권보드래 외 지음, 민음사 펴냄 “남성의 관점에 동일시해야만 ‘문학’이라는 세계에 겨우 접속할 수 있었던 ‘해석 노동’을 과감히 멈추겠다.” 지난해 2월 열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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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징게국에 침이 고인다
무이징게국에 침이 고인다
변진경 기자
정확한 뜻을 몰라도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다. 백석의 시가 그렇다. “대들보 우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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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의 시는 왜 슬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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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선 (강출판사 편집자)
얼마 전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각각 한국과 프랑스의 샤먼(무당)인 성미와 콜레트의 삶과 우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샤먼로드〉라는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