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대역까지 쓰며 여러 차례 리허설을 했다지만, 역사의 현장은 역시나 드라마틱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현장에서도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여러 편 연출됐다. 압권은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넘어갔다 다시 넘어온 순간. 일순 당황했던 양쪽 수행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프레스센터에서 취재를 하던 내외신 기자들, 전국 곳곳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누리꾼들은 “(속보) 문재인 대통령 방북” 따위 댓글을 달며 돌발 상황을 즐겼고, SBS에서 게스트로 나와 생방송을 하던 박지원 의원(민주평화당) 등 적잖은 이들이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비밀인 듯 비밀 아닌 두 정상의 ‘도보다리 위 단독 회담’도 파격적인 장면이었다. “도청 우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이것도 탁현민 작품이냐”는 뒷담화를 낳았다.

ⓒ한국 공동사진기자단

세기의 만남이었던 만큼 소소한 것까지 입길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쓴 7자(사진)를 두고 “왜 숫자 7 중간에 획을 긋는 거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유럽에선 저렇게 쓴다” “유학파인 걸 증명하는 거다”라는 댓글과 함께 “미국에서도” “터키에서도” “타이에서도” 그렇게 쓴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세계 곳곳에서 실시간 댓글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에 쏠린 세계적 관심도가 입증됐다. 

뜻밖의 곳에서 대박이 터진 사례도 나왔다.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달군 평양냉면 특수다. “만찬을 위해 어렵사리 평양에서 냉면을 가져왔다”는 김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방송을 탄 직후 포털과 트윗의 실시간 검색어, 실시간 트렌드 1위로 ‘평양냉면’이 치솟았다. 댓글 창에는 “오늘 점심은 냉면으로 가즈아~” “옥류관 냉면 로켓배송 가능하나요” “이쯤 되면 평화의 상징은 비둘기가 아니라 평양냉면이다” 따위 글들이 올라왔고, “평양냉면 장인까지 (북에서) 데려왔다는데 그 사람 잡아서 못 가게 해야 한다”라며 ‘진지하게’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4월27일 오후 1시 기준으로 ‘평양냉면’이 언급된 트윗은 6만 건에 이르렀다. 열기는 전국 곳곳의 평양냉면 집으로 옮겨 갔다. 이름깨나 알려진 냉면집마다 대기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마저 “옥류관 냉면이 그렇게 맛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냉면 세일즈가 한식 세계화의 북한 버전 아니냐는 유머가 돌았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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