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주식회사
제니퍼 워시번 지음/김주연 옮김/후마니타스 펴냄

‘김예슬 선언’은 대학 교육의 현실과 서열화된 대학 체계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은 노골적으로 대학을 기업화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지난해 말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 대학마다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이 들어서고, 학생의 공간이어야 할 곳에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섰다. 대학은 학생을 상대로 ‘장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대학은 시장으로 가버렸고, 교수는 기업가가 되어버렸으며, 학문은 상품이 되었다. 한때 학문의 전당이었던 대학을 ‘주식회사’라고 불러도 무방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고액 등록금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미국을 들여다보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난 30년간 미국 대학 교육의 상업화가 교육의 질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심층 탐사 르포를 써냈다.
특허 장사에 혈안이 된 대학, 학자로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대학원생,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시간강사, 치솟는 등록금에 괴로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대학도 예외 없다. 단적으로 하버드 대학 소속 위험성평가센터는 화학회사와 살충제 회사로부터 재정의 60% 이상을 지원받고 있으며, 이들 회사가 생산하는 상품에 대해 우호적인 보고서를 쏟아낸다.

 

디버블링: 신빈곤 시대의 정치경제학
우석훈 지음/개마고원 펴냄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된다.” 2009년 한나라당 박희태 전 대표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 말이 실현된 풍경은 애처롭다. 한국은 포클레인과 삽질로 24시간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사회는 토건 경제의 힘에 의해 작동한다. 물론 한때는 땅을 갈고 엎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는 ‘삽질’은 거품만 키우고 있을 뿐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디버블링’은 토건 경제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실물경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거품이 붕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저자는 “빨리 탈토건 경제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거품이 터져서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더 절망적인 진단도 서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빈곤을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라고. 이는 정부가 토건 경제에 올인하느라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에 인색한 탓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민경제가 ‘생태적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적 대전환이란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주거권 보장’ ‘탈토건의 정부체계 개편’ 등을 현실화시키는 일이다. “사랑과 신뢰, 그리고 상호 의존과 같은 가치를 우리가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경제 동물을 능가하는 아파트 괴물로 살아갈 것인가, 그 사이에 우리 미래의 갈림길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제이슨 델 간디오 지음/김상우 옮김/동녘 펴냄

수사를 바꾸면 소통이 바뀌고, 소통을 바꾸면 경험이 바뀌며, 경험을 바꾸면 사람들의 성향이 바뀐다. 성향을 바꾸면, 사회에는 섬세한 변화의 균열이 생겨난다. 책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이다”라고 말한다.

 

 

간과 쓸개
김숨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하루 세 번 여섯 개의 알약을 5년째 먹고 있는 화자는 67세의 간암 환자이다. 92세인 큰누님은 담낭관에 생긴 담석으로 몸져누웠다. 화자는 번번이 누님을 만날 기회를 놓친다. 죽음의 풍경이 두 사람을 가만히 포갠다. 김숨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표제작 〈간과 쓸개〉 외에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외 지음/삼인 펴냄

만인으로부터 ‘떡’ ‘섹’ ‘스폰서’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어 통용되는 기관, 검찰. 저자들은 이러한 검찰의 실체를 시민에게 알리고,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비정상으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에 대한 제어장치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폴 콜린스 지음/홍한별 옮김/양철북 펴냄

미국 건국의 아버지, 민주주의의 씨앗. 모두 토머스 페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미국의 독립을 주장한 〈상식〉과 프랑스 혁명을 옹호한 〈인권〉을 썼다. ‘잊힌 것들에 대한 따뜻한 기록자’를 자임한 저자는 페인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인권·평등·평화 등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밝혀낸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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