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으로부터 직접 철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국여성농민회의 ‘언니네 텃밭’과 전북 장수군의 ‘좋은 마을’에서도 철마다 시민에게 먹을거리 보따리를 선물한다. 성격이 똑같지는 않지만 조합 방식인 생활협동조합도 활발하다. 서울 한살림의 조합원 가구가 지난해 12만명이 넘었다. 한살림 조합원과 농민은 매년 겨울이면 다음 해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가격을 얼마로 할지 함께 토론하고 결정한다.
나는 이러한 농업을 호혜 농업이라고 부르고 싶다. 농민은 시민 가족에게 필요한 바른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시민은 농민의 삶을 책임지려고 노력한다. 이제까지의 ‘1사 1촌 운동’과는 다르게 어느 한쪽이 다른 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원받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그저 도농 직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시민은 더 싼값에, 농민은 더 비싼 값에 팔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호혜 농업에서는 개개 먹을거리에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 농민에게 지불하는 사례를 결정하는 기준은 도시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가와, 농민이 전통적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의 자연환경과 지역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식의 농업인 다품종 소량 생산을 농민이 유지할 수 있는 사례인가 아닌가가 핵심이다. 그 이하이면 곤란하지만, 그 이상도 요구하지 않는다. 호혜 농업에서는 우리 여건에 가장 적합한 방식의 농업을 유지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농민의 정체성이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민은 농민과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평생의 관계를 추구한다.
비료·농약 가격 올라도 피해 덜해
호혜 농업은 환상일까?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수공업적이고도 생산력이 낮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내가 〈맛있는 식품법 혁명〉에서 자세히 제기했듯이, 농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농민을 철저히 시장 논리에 옭아매는 공장형 농업의 결과, 농업은 자신이 한 해에 생산하는 식량 작물보다 더 많은 양의 유전자 조작 생물체를 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식량자급률은 26.7%가 되었다. 지난해 배추 파동과 지금의 구제역은 공장형 농업이 얼마나 취약하며 고약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비극을 다 보지 못했다.
미국이 일으킨 전 지구적 달러 거품 때문에 석유·비료·농약 가격이 올라서 생길 식품 가격 폭등이 가난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되면, 차라리 배추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때가 오히려 더 행복했다고 말할 것이다. 호혜 농업은 이러한 극단적 취약성을 덜어줄 수 있다.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아니더라도 바른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우리의 자연과 지역사회에 적합한 농업을 유지할 수 있다. 박영숙씨의 새해 편지대로 토끼처럼 밝고 순발력 있게 호혜 농업을 펼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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