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매체의 대선 보도에 대해 일반인들은 크게 신뢰하지도, 불신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언론 매체의 대선 보도에 대한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4.82점으로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

이는 언론계 내부 종사자들에 비해서는 후한 평가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8월9~10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기자 3백3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기자 60.7%가 최근의 대선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언론계 사정을 아는 기자들이 일반에 비해 스스로를 더 혹독하게 평가한 것이다. 이들 기자는 공정한 대선 보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언론 사주(60.9%)를 꼽았다. 다음은 데스크(10.9%), 광고주(10.3%) 순서였다.

대선 보도에 대한 어중간한 평가와 달리 개별 매체에 대한 신뢰도 평가 결과는 뚜렷이 갈렸다. 이번 평가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일반인들은 인쇄 매체보다는 방송 매체를, 개별 인터넷 매체보다는 포털 사이트를 상대적으로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러 매체 중에서도 방송 매체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높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반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KBS였다. KBS를 가장 신뢰한다고 꼽은 응답자는 27.3%로 그 뒤를 이은 MBC(16.1%)와 YTN(10.7%) 응답자를 합한 것과 비슷했다.

단, 가장 신뢰하는 매체에 이어 그 다음으로 신뢰하는 매체를 꼽게 해 결과를 합산했을 경우에는 MBC의 신뢰지수가 껑충 뛰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중복 응답을 허용할 경우 MBC 신뢰지수는 35.3%로 KBS(43.1%)에 비해 7.8%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시 YTN 신뢰지수는 16.7%로 단수 응답 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40대 이상은 KBS, 30대는 MBC 신뢰

흥미로운 것은 연령대별로 신뢰하는 매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복 응답을 기준으로 했을 때 60대 이상은 KBS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3.6%). 40대(40.1%)와 50대(40.1%) 또한 신뢰하는 매체로 KBS를 꼽았다. 그러나 30대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MBC를 선택했다(42.1%). 20대의 경우 가장 신뢰한 매체는 KBS(39.1%)와 MBC(36.2%) 순이었으나, 다른 연령대보다 YTN에 대한 신뢰도(22.2%)가 유독 높은 것이 눈에 띄었다(오른쪽 딸린 기사 참조).

방송 매체에 비한다면 인쇄 매체의 신뢰도는 초라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한다고 꼽은 인쇄 매체는 조선일보(8.3%), 한겨레(7.4%), 동아일보(4.8%), 중앙일보(2.8%), 연합뉴스(2.1%) 순서였다. 연령대별로 차이가 나타나기는 인쇄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즉 50대(13.1%)와 60대(8.2%)가 가장 신뢰하는 인쇄 매체로 조선일보를 꼽은 데 반해, 20대와 30대에서 조선일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4.3%와 5.8%에 그쳤다. 반면 20대(7.7%)와 30대(9.2%)는 가장 신뢰하는 인쇄 매체로 한겨레를 꼽았다. 50대와 60대 중 한겨레를 가장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3.8%와 3.3%였다. 한편 40대에서는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신뢰한다는 응답률이 각각 11.0%로 같았다.

신뢰도와 공정성은 별개

 
이같은 방송과 신문의 신뢰도 격차에 대해 유재천 한림대 교수(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는 “방송 매체 신뢰도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 반드시 방송 보도가 신문 보도보다 뛰어나고 정확하다거나 공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매체 신뢰도는 보도의 공정성·정확성·심층성을 반영하기보다, 신문 아닌 방송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매체 이용 행태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뉴스 생산자라기보다는 뉴스 중계자인 포털 사이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얻은 것도 이같은 매체 이용 행태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네이버의 신뢰지수는 5.0%로 종합 신뢰도 6위를 차지했다. 다음과 야후의 신뢰지수는 각각 1.4%와 1.3%였다. 이들 포털은 젊은 층에서는 압도적 신뢰를 얻은 반면 나이 든 층에서는 지극히 미미한 신뢰밖에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의 경우 20대와 30대의 신뢰지수는 각각 11.6%와 7.5%인 데 반해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의 신뢰지수는 각각 0.6%와 0.5%였다.

포털 사이트에 비하면 인터넷 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한 인터넷 매체로 꼽은 오마이뉴스의 신뢰지수는 1.3%에 그쳤다(전체 15위).

신뢰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 KBS였다면 불신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를 불신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5.5%에 달했다. 그 뒤를 이은 KBS(6.3%), 한겨레(5.0%), 동아일보(4.0%), 오마이뉴스(4.0%)가 오차범위 내에서 불신지수를 다툰 것에 비하면 상당히 도드라지는 수치였다. 조선일보에 대한 불신은 지지 정당 또는 지지 후보와 비교적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들이 주로 조선일보를 불신했다. 특히 권영길(56.3%), 유시민(52.6%), 문국현(52.0%)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절반 이상이 조선일보를 불신한다고 밝혔다(중복 응답 기준).

연령대별로는 20대(21.3%), 30대(20.0%), 40대(19.0%)의 조선일보 불신지수가 높았다. 나이 든 층의 불신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50대, 60대 각각 9.4%, 3.8%). 지역으로는 서울(20.3%), 학력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 학력자(23.2%),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24.4%)에서 불신지수가 높았다.

조·중·동 비판 정서, 일반에까지 확산

중복 응답을 허용할 경우에는 이른바 ‘조·중·동’ 공히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곧 중복 응답시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는 차례로 불신하는 언론 1~3위를 차지했는데, 응답자 중에서도 특히 서울 거주자(각각 26.3% 13.6% 11.9%)와 화이트칼라(각각 29.4, 17.2% 16.1%)에서 이들 3개 신문을 불신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조·중·동이 불신지수 1~3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이들 3개 신문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특정 진보 세력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도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해석했다. 단, 인쇄 매체 중 가장 많은 불신을 받는 이들 신문이 현실에서 제일 잘 팔리는 신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이는 언론 수용자 사이에 ‘의식과 행동(구매)의 심각한 불일치’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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