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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어찌 먹느냐? ‘고기’ 먹을 뿐이다!

여름이 오면 ‘개’를 좋아하는 사람과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한층 깊어진다. 개고기 옹호론자들은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지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0년 07월 29일 목요일 제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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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모란시장 건강원 거리 입구에 동물보호 단체 회원들이 ‘뜬장’ 7개를 설치했다. 구멍이 숭숭 뚫려 배설물이 잘 쌓이지 않기 때문에 식용개의 사육에 주로 쓰이는 이 철창에, 개 대신 사람이 들어갔다. 좁고 불편한 공간 탓에 얼굴이 일그러진 이들 손에는 “고통은 똑같아요” 따위의 글귀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시위가 진행되는 사이, 한 건강원의 뜬장 속에 있던 누렁이 한 마리가 손님의 주문에 의해 밧줄로 목이 묶여 끌려나왔다. “깨갱, 깽깽” 발버둥 치던 개가 조용해지고 “화르륵” 토치(화염 분출기) 소리가 들렸다. 한 동물보호 단체 회원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이 악마들아, 벼락 맞아 죽어라!” 지난 7월18일, 초복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시사IN 백승기
초복을 하루 앞둔 7월18일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4개 단체가 성남시 모란시장 앞에서 ‘개식용 악습 철폐를 위한 철창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마음은 그리 박하지 않다. 지난 5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000명 중 93.8%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덕적 의무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에 81.7%가, ‘동물 학대자에 대해 징역형을 도입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에도 52.9%가 찬성했다. 개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가정은 17.4%이고 이 가운데 94.2%가 개를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를 먹는다. 2006년 국무조정실이 한국정책학회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25명 중 55.3%가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를 토대로 한국의 연간 개고기 소비량을 최대 250만 마리로 추정했다. 2008년 CBS 설문조사 때는 응답자 700명 가운데 53%가 개고기의 합법화에 찬성했다. 특히 20대(62.9%), 남성(67.9%)의 비율이 높았다.

개고기를 먹는 이유는 단순하다. ‘옛날부터 먹던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7월19일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친구를 먹지 맙시다”라며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성주씨(71)는 “애완견 개념이 없던 옛날에는 우리 집 개든 남의 집 개든 가리지 않고 잡아서 나눠먹는 일이 많았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다”라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한국인과 개고기> 같은 저서에서 ‘개고기의 세계화’를 주장해오던 충청대 안용근 교수(식품영양학부)는 “개가 사람의 친구나 반려자라는 건 개를 사람으로 봤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 자유이지만 먹는 사람한테도 개를 사람 취급하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개고기 식용은 ‘악습’이다”


동물을 반려자로 여기는 사람들도 개 식용을 꺼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온 차 아무개씨(24)는 가족 여행 때 식당에서 개고기 맛을 본 뒤 “딱히 안 먹을 이유를 찾지 못해” 지금도 가끔 즐긴다고 했다. 반려묘 ‘뿌까’의 소식을 블로그 ‘날아라 병아리 닭이 될 때까지(www.kimmiso.com)’에 자주 올리는 파워블로거 김미소씨(32)도 어머니가 해주신 보신탕을 영문 모르고 먹은 뒤부터 개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김씨는 “영화 <워낭소리> 속 할아버지와 소가 친구이지만 쇠고기 드시는 할아버지가 이상하지 않듯, 나도 어릴 때부터 누렁이, 멍멍이, 뽀삐, 샘, 도치, 뚜치, 백구와 함께 자랐지만 개고기를 먹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지난 7월19일 동물자유연대가 시민들에게 복숭아를 나눠주는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전후해 개고기 논쟁이 크게 벌어졌지만, 이후에도 개고기를 즐기는 한국인의 문화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식용견 전문업체 영광축산의 교육·유통 관리자 이영준씨는 “먹을거리가 발전하고 경기가 침체한 탓에 매출이 예전에 비해 미세하게 감소하긴 했지만, 여름은 물론이고 가을 겨울 따지지 않고 드시는 마니아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개고기 쇼핑몰 ‘보신닷컴’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특히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10배 정도 많은 분이 개고기를 찾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를 음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현실이 원망스럽다. 집에서 믹스견 ‘보리’를 키우는 안경원씨(27)는 “우리 개가 잡종인 데다 살도 포동포동하게 쪄서 혹시라도 잃어버려 화를 당할까봐 복날 즈음엔 엄청 신경이 쓰였다”라고 말했다. 안씨는 “숨바꼭질 같은 놀이도 할 줄 알고 속상하면 옆에서 한숨도 쉬는 보리를 보면 개를 그저 ‘짐승’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감독 임순례씨는 “‘문화’로 고통받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문화’가 아니라 ‘악습’이다”라고 주장했다.

임 감독은 또한 개 식용 반대가 ‘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고기 옹호론자들이 빠지지 않고 드는 ‘소나 돼지는 안 불쌍하냐?’라는 논리는,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자는 운동에 인도·북한 어린이는 불쌍하지 않냐고 딴죽을 거는 모양과 같다. 모두 도울 수 없으니 다 포기하는 대신 점차 도움의 대상을 늘려가는 것이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맞지 않겠는가?”

찬반 논쟁을 떠나, 최근에는 개고기 위생 문제가 많이 지적되고 있다. 버려진 애완견은 물론이고(66쪽 상자 기사 참조) 병들거나 죽은 개를 식용으로 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먹는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애완행동심리학 전문가인 이종세 멍멍랜드 운영팀장은 “개는 가둬놓고 집단 사육하기엔 질병에 매우 취약한 동물이라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식용견이 아닌 애완견을 전문으로 사육하는 사람들이 피부병이나 중이염처럼 치료비가 비싸고 완치가 잘 되지 않는 병에 걸린 개들을 보신탕 집에 넘기는 경우를 자주 봤다”라고 말했다.

   
ⓒ시사IN 백승기
모란시장 건강원으로 ‘배달’되는 누렁이들.
개고기 옹호론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개고기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를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와 함께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지정하는 ‘가축’의 범위 안에 넣자는 것이다. 개가 법정 가축이 되면 사육·도축·유통 과정에서 각종 위생 검사와 규제를 받는다. 동시에 개고기가 소시지·육포·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의 재료가 되는 길도 열린다.

개를 돼지나 소처럼 현대식 공장 축사에서 키워 자동화된 벨트 컨베이어 위에서 도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인천도시생태연구소 박병상 소장은 “지금도 식용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귀청을 뚫어놓는데, 개고기를 산업화시켜놓으면 빨리 키워 많이 팔려는 사람들이 어떤 짓을 하겠느냐?”라고 물었다. 박 소장은 또 “지금은 옆집 아는 사람이 잡아주는 안전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신종플루(돼지독감) 따위를 부른 대량 축산 시스템을 개에게까지 적용하면 앞으로 또 어떤 재앙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개 축산’ 시스템이 재앙 몰고 올 수도


2005년 3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모여 개고기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잔인한 도축과 비위생적인 환경을 단속하자는 대책은 세웠지만 ‘국민들이 개고기를 먹는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안전위생과 김상진 사무관은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그 정도가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라고 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난 7월18일 모란시장 앞에서 동물보호 단체 회원들이 ‘개 식용 반대’ 시위를 벌이는 동안, 상인들은 심드렁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저 사람들, 매년 여기 와서 저래요.” 시장 풍경도 일상과 다를 게 없었다. 개털 타는 냄새가 자욱한 건강원 앞 뜬장 속에서 누렁이들은 꼬리를 내린 채 눈을 껌벅였다. 상인들은 내장을 바르고 불에 그슬린 개고기를 뜬장 옆 좌판에 얹어 손님을 끌었다. 떠돌이 개 한 마리는 건강원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핥아먹고 있었다. ‘개고기 논쟁’은 멈춰 있어도 복날은 매년 찾아왔다.

취재 도움: 양정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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