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천안함 침몰 당시 백령도에 규모  1.5의 지진파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지진파 소식은 그때까지 나돌던 피로파괴설, 암초좌초설을 뒤흔들어버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은 당시 지진파로 추산한 발생 지점 에너지의 크기가 규모 1.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TNT 폭약 180kg이 폭발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라고도 했다.

지진파 관측자료는 고도의 지질학·해양학·음파학 전문가들이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종종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한 언론사는 ‘천안함 폭발 물증 지진파, 알고 보니 허점 투성’이라는 기사에서 “인공폭파 불구 폭발음 관측 안 된다” “정확한 발생 지점도 모른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사IN〉은 지진파에 관한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학계의 추천을 받은 국내 전문가 6인에게 자문했다. 박민규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나정열 한양대 해양환경과학과 명예교수, 김소구 지진연구소 소장, 유용규 기상청 지진감시과 사무관, 신진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박사 등이다. 지자연이 발표한 자료를 먼저 분석하고, 그 신빙성을 다른 전문가 5인이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질문 : 지진파 발생 위치는 정확히 어디인가?
이론적으로 한 곳에서만 측정된 지진파 자료로 지진의 정확한 발생 위치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천안함 침몰과 관련되었다는 지진파의 경우 백령도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탐지되지 않았다.

지진파 발생 위치를 모르면 지진파의 규모도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기상청은 언론에 보도된 천안호 침몰 위치를 가상 대입해서 지진파 규모를 계산하는 편법을 썼다. 기상청 지진감시과 유용규 사무관은 “언론 보도를 보고 천안함 침몰 위치와 우리 지진계 위치 사이의 거리를 10km라고 가정해 계산했다”라고 밝혔다. 그 계산값은 진도 1.5였다.

지자연은 다른 방법을 썼다고 한다. 공중음파를 통해 지진파 발생 위치를 먼저 찾고 그 다음에 규모를 계산했다는 것이다. 지자연과 기상청은 백령도에 각자 지진계를 따로 두고 있다.

지자연 지진연구센터 신진수 박사가 설명하는 위치추적 방법은 이렇다. 3월26일 밤 9시21분58초에 백령도 지진계에서 지진파가 관측된 후 12초 뒤 같은 장소에서 공중음파가 관측되었다. 소리의 속도는 340m/s이므로 지진파 속도와의 차이를 계산하면 거리를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거리가 5km였다(그림 1 동심원).

공중음파 측정기는 지진파 측정기와 달리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측정할 수 있다. 관측된 소리 방향은 219도였다(그림 2). 이제 동심원과 직선이 만나는 지점을 찍으면 지진파 발생 위치가 된다(그림 3). 이곳은 북위 37도55분50초, 동경 124도36분40초에 해당된다.

이 사실은 국방부가 사고 발생 위치를 변경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사건 초기 국방부와 해경은 최초 사건 발생 지점을 두고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다. 해경은 구조 요청 당시 자료를 근거로 사고 발생 위치를 동경 124도38분이라고 발표했다. 사건 초기 해군은 124도37분이라고 했다. 4월23일 현재 합동참모본부는 사고 발생 위치를 동경 124도36분이라고 밝혔다. 지진파 발생 위치에 맞게 서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질문 : 공중음파는 버블제트의 증거인가?
지자연은 민주당 노영민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 “관측 신호로부터 폭발 원인을 직접 알 수는 없으나, 만약 내부 폭발이라면 1.1초 사이에 2번 폭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그러나 공중음파 신호 양상으로 볼 때 외부 폭발일 가능성이 높음”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자료에서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호 하부에서 폭발한 경우, 수면 아래 10m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가정하고 공중음파 신호로부터 레일리-윌리(Rayleigh-Willis) 공식을 이용하여 계산한 폭발력은 약 260kg의 TNT 폭발에 상응”한다고 했다.

 

 

ⓒ자료:지질자원연구원3월26일 밤 9시21분58초께 관측된 공중음파. 천안함 침몰과 관련이 있다. 관측소에서 남서쪽 219° 방향이다.


이 부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소 논란이 있다. 공중음파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음파의 성격은 더 연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진연구소 김소구 소장은  “레일리 윌리 공식이라는 것 자체가 버블 펄스(물속에서 폭발이 있었을 때 가스가 수축 팽창을 반복하면서 나오는 파장)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계산하는 것”이라며 “관측된 공중음파의 정체가 과연 버블 펄스인지는 단정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버블 펄스라기보다는 ‘소닉 붐’(음속폭음)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만약 버블 펄스가 아니면 TNT 260kg이라는 계산도 의미가 없어진다.

지진파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지만 공중음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자연이 설치한 공중음파 탐지기는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20㎐(헤르츠) 미만의 저주파를 관측하는 장치다. 지자연 신진수 박사는 “저주파는 고주파에 비해 전파거리가 길기 때문에 멀리서도 탐지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유사한 파형의 공중음파가 백령도뿐만 아니라 철원, 김포관측소에서도 잡혔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복잡성은 전문가도 당황하게 한다. 물속에서 발생한 ‘어떤 충격 혹은 폭발’이 수중파를 만들고 그것이 지진파와 공중음파로 퍼져간 것이다. 지진파·수중음파·공중음파를 모두 아는 전문가만이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지자연은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몇 사람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소구 소장은 “이번 사건이 국제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한국에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태경 교수는 “한국에 설치된 외국 기관의 지진관측 자료를 종합하면 논문을 한 편 쓸 수도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질문 : 규모 1.5 지진은 사실인가?
지진파와 관련한 가장 핵심적인 의문은 지진파의 크기다. 지자연은 지진파로 계산한 폭발 규모가 TNT 180kg이라고 밝혔고 공중음파로 계산한 폭발 규모는 280kg이라고 했다. 이 소식은 경어뢰?중어뢰와 기뢰의 폭발력과 비슷하기 때문에 외부 폭발에 무게를 싣는 근거로 이용됐다.

 

 

ⓒ자료:지질자원연구원3월26일 밤 10시59분에 관측된 음파. 속초함이 ‘새떼’를 향해 사격을 할 때다. 관측소 정서쪽에서 6분간 이어졌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떨까? 오차가 있는 건 아닐까? 측정 오차에 대해서는 지자연 쪽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지자연 신진수 박사는 “지진파 측정 지역이 백령도 한 군데밖에 없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오차범위가 얼마인지도 말하기 힘들다. 오차범위를 구하는 것도 2곳 이상의 자료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진연구소 김소구 소장은 “물속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워낙 복잡한 변수가 많아서 TNT 폭발 규모를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확한 TNT 값을 말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박민규 연구원도 “현재의 자료로는 지자연이 발표한 TNT 규모의 신빙성을 확인해주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질문 : 암초 충돌의 가능성은 있는가?
TNT 규모 산출에는 조심스러워하던 전문가들은 하지만 “암초 충돌의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지진연구소 김소구 소장은 “암초일 가능성은 0.01%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인공지진, 자연지진, 암초 충돌 지진은 파형 자체가 다르다. 암초에 충돌했다면 셰어 모션이 나오면서 파형의 움직임이 표시 난다”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박민규 책임연구원은 “남극에서 빙산이 암초에 부딪혀 조각 날 때, 수중에서 음파는 잡혔지만, 육지에 가까이 있는 세종연구소에서는 전혀 음파가 잡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람선이 빙산에 충돌해 바닥이 긁히고 침몰하는 경우 등의 파형을 살펴보면, 지금 공개된 파형과 스펙트럼이 다르다. 긁히는 것은 너무나 독특하기 때문에 표시가 난다”라고 말했다.

나정열 한양대 명예교수도 “암초에 부딪혀서는 이런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연세대 홍태경 교수 연구팀은 천안함이 전속력으로 항해하다가 암초에 부딪혔다는 가정 아래 발생되는 에너지의 최대치를 구해봤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계산 결과 암초 충돌 에너지 최대치가 ‘규모 -0.5’ 정도로 나왔다. 이것은 규모 1.5에 비해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크기다. 상식적인 오차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질문 : 자연지진일 가능성은 없을까?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그날 그 시각 그 장소에서 자연지진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없을까? 지자연 신진수 박사는 “전국에 지진 관측소가 110곳 있는데 규모 1.5 이상의 지진은 하루 10건 정도 보고된다”라고 말했다. 관측소 10곳당 하루 1건인 셈이다.

 

 

ⓒ자료:지질자원연구원(부분 편집)위 4개 파형은 지진파, 아래 11개 파형은 음파다. 음파 모양은 2개의 봉우리로 보이지만 버블제트 파형인지는 논란거리다.


백령도 관측소의 경우는 3월23일에 황해남도 해상에 규모 1.51 지진이 있었던 것을 비롯해 3월16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22건의 지진을 관측했다. 그중 한반도 지역은 9건으로 평안도와 충청남도까지 고르게 퍼져 있다. 이들 지진은 모두 S파가 P파보다 큰 자연지진으로 판명이 났다.

기상청 유용규 사무관은 “3월26일 밤 지진파의 경우 S파가 P파보다 작기 때문에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공지진이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진앙지와 측정지가 너무 가까워 S파와 P파가 섞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처럼 실제 사례 분석을 많이 하는 곳도 없다. S파와 P파를 구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자연 신진수 박사는 “자연지진의 경우 공중음파가 잡히려면 규모 7 이상은 되어야 한다”라며 자연지진 가능성을 부정했다. 나정열 한양대 교수는 “자연지진은 인공지진보다 전파범위가 넓어서 백령도 이외에 지진 관측소에서도 관측되었을 것이다. 자연지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질문 : 지진파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진파 자료 자체는 존중하되 이를 천안함 침몰의 직접 원인과 연결시키는 데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소구소장은 “짧은 시간의 강력한 충격, 즉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 폭발이 천안함 침몰의 직접 원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암초 좌초설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암초 좌초와 별개의 사건이 그 시각 그곳에서 벌어졌다고 간주할 수도 있다.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사건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지자연이 공중음파의 원래 파형을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공개된 공중음파 파형은 너무 깨끗해서 필터링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자연 측은 “분석의 편의를 위해 잡음을 제거한 것은 맞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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