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난구조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인천일보(4월15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이 침수로 인해 침몰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배에 물이 차서 한쪽으로 기울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두 동강 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뢰 등이 터졌다면 생존자들은 코피가 터지거나 고막이 찢어지는 등 이비인후과 계통의 부상을 입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골절상을 입지 않았나” 등 정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종인 대표는 지난 2003년 대청도에 1년여 간 좌초했던 북한 유류운반선, 2007년 말 태안에서 기름유출 사고를 낸 허베이 스피리트호 등에 대한 구조작업을 펼친 바 있다. 그가 운영 중인 알파잠수기술공사는 로이드선급협회(세계 최고의 선박 검사·감정·등록 기관), 노르웨이선급협회, 미국선급협회등 국제적 선급협회들의 인증을 받은 해난구조 전문업체이기도 하다. 인천일보 인터뷰에서 일주일여 지난 4월21일 이종인 대표를 만나 그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질문했다.

ⓒ시사IN 백승기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위)는 “나도 처음에는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침수설’을 제기한 뒤 항의를 많이 받지 않았나. ‘빨갱이’ 등 욕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별의별 전화와 항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어떤 의견이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새벽 4시30분에 뉴욕에서 전화해서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혹시 지금은 생각이 변하지 않았나. 북한이 어뢰를 발사해서 폭파시켰다는 설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때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 폭파가 아니라 좌초라고 생각한다. 어뢰로 배가 딱 잘려 침몰되었다면, 탱크(갈라진 부분 부근의 선체 외피)가 안쪽으로 함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함몰이 없고, 폭파에 따른 폭발음이나 섬광 따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뢰 맞은 배의 절단면은 단지 너덜너덜해서는 안된다. 군함은 철판이 일반 상선에 비해 매우 얇다. 철판이든 플라스틱이든 폭발로 인한 단시간의 충격으로 잘라지면 절단면에서는 매우 불규칙한 곡선의 형태가 나와야 한다. 단면이 칼날처럼 된다.”

 그럼 침수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는 소린가. “그렇다. 사고 직후인 3월28일 아침 KBS 일요진단에 나갔을 땐, 나도 어뢰라고 진단했었다. 그때까지 나온 정보를 통해 보면 원인은 어뢰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함장이 ‘꽝’ 하는 소리에 나와 보니 이미 함미가 사라졌고, 문도 안 열렸다지 않는가. 이런 경우엔 어뢰로 인한 폭발로 봐야하는 거다. 그러나 함미가 인양된 이후 보니까 폭발로 볼 수 있는 징후가 오히려 거의 없다. 그래서 ‘침수’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다른 계기는?

“우선 아시아경제가 게재했던 해도 사진이다. 이 자료는 군이 유가족에게 사고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사건 직후에’(!) 만든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도를 보면 백령도 서남쪽 근해의 한 지점에 ‘최초 좌초’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사건이 일어난 날 인천의 저조 시간이 8시29분인데, 백령도는 10시쯤 될 것이다. 수위가 계속 낮아지는 시간에 천안함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배에 크랙(균열)이 생겼는데, 이후에도 전함이 움직이면서 물이 함미로 들어와 결국 가라앉았다고 생각한다. 크랙이 발생한 상황에서 전함이 계속 움직이면 물 들어오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크랙도 점점 더 다른 부위로 번지게 된다. 결국 함미 부분에 물이 더 들어오면서, 함미는 조금 더 가라앉고, 함수는 뜨게 되었을 거다. 그런데 함수의 무게도 대단하기 때문에 중력을 견딜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오른쪽으로 비틀리면서 찢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비틀어지면서 우그러진 자국이 선체 측판에 보이는 주름 아닐까. 배가 단숨에 잘렸다면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긴 원통을 두 손으로 잡고 비틀어 자르는 시늉을 하며) 이런 과정에서 절단면이 위쪽으로 휜 것이다.”

천안함 함미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징후는 있는가. “우선 배 뒤의 프로펠러 블레이드가 휘었다. 암초 같은 것에 치었다고 본다. (해도에 나타난 것처럼 천안함이 좌초되었다고 할 때) 사건발생 시간이 썰물 시점이기 때문에 조류를 타고 이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경우, 좌초지점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프로펠러를 돌려서 배를 움직이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프로펠러가 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는 흔하다. 몇 년 전 대청도에서 북한 배(1100t급의 유류운반선)가 1년여 동안 암초에 좌초되어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도 구조를 맡았던 적이 있다.”

ⓒ시사IN 조남진천안함 함미 오른쪽에서 관찰되는 주름(왼쪽). 천안함 함미 왼쪽에 선명히 나 있는 긁힌 자국(오른쪽).
함미의 좌측 하단에 검게 칠해진 부분에 보면 스크래치(긁힌 자국)가 있긴 하다. 그런데 배는 다 그런 거 아닌가. “(상선이나 어선은 아니지만) 전함은 그 부분에 스크래치가 있으면 안 된다. 전함은 아무리 작은 것도 뻘밭에 얹히면 안 되도록 만들어진 거다. 그 스크래치는 천안함이 어딘가 ‘얹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다.” 그렇다면 천안함 생존 선원들이 들었다는 소리는 어떻게 보는가. “철판이 잘릴 때는 엄청난 소리가 난다. 심지어 종이 찢을 때도 소리가 나는데 쇳덩어리는 또 어떻겠는가. 더욱이 이 쇳덩어리 내부는 88m짜리 울림통, 즉 공명통이다. 예전에 무게 15만t, 길이 340m 배를 인천 앞바다에서 자른 바 있는데 그 때도 엄청난 소리가 몇 차례에 걸쳐 났던 기억이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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