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 웹이 부각되고 있다. 과연 소셜 웹을 통한 혁신은 과거 PC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화 사회와 이에 따른 지식혁명, 그리고 인터넷이 부각되면서 나타난 ‘닷컴 버블’ 따위 신경제 등과 비교하면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20세기 중반이 되면서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국방·학술·금융과 같은 산업에 매우 비싼 대형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복잡한 일을 해내는 등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애플Ⅱ를 비롯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열리면서 사무자동화라는 용어가 유행하게 되었고, 이것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된다. 새로운 정보화 사회라는 시대 인식 이후 1980~1990년대까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결국 기존 산업에 대한 생명주기 전반에 걸쳐서 적용되지만 산업 자체를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보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생산성 혁신을 이룬 곳은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사라져갔다. 정보화 기술은 기업이 거대해지면서 내부 모순이 강화된 후 무너지는 경영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기업이 좀 더 쉽게 거대해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기업에 지식경영이 도입되면서 각 개인의 지식인 ‘암묵지’를 기업의 자산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형식지’로 전환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종업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개인 네트워크 통한 혁신 많아져

트위터(오른쪽)와 페이스북은 소셜 웹 네트워킹을 전 세계에서 완전히 개방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다.

막강한 경영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내부 모순을 줄이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상대적 이득에 비해 훨씬 이익이 적었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그 덩치를 계속 불려나갔다.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현재의 다국적 기업 지배체제를 잉태하게 되었다. 이런 지배체제에서 특화되고 전문적인 소기업 또는 집단은 거대한 기업에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었고, 대기업 체제에 반하는 형태의 혁신은 저해되었다.

그렇다면 소셜 웹 혁신은 무엇이 다를까?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기본 인프라는 바뀌지 않았다. 단지 정보화가 회사나 비즈니스 단위가 아니라, 각 개인의 네트워크와 관계, 그리고 관심사 등을 바탕으로 회사와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 웹 사회에서 준거집단과 집단행동은 회사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판단에 따라 ‘휴먼’ 에너지가 모이는 양상에 따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소셜 웹 네트워킹을 전 세계에서 완전히 개방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고, 스마트폰은 컴퓨터 환경의 개인화로 이어지면서 이를 가속화했다.

이런 변화는 결국 회사와 집단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고, 개인의 네트워크를 통한 혁신 사례가 많아지면서 회사 내부 모순이 부각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회사’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개인’으로 넘어오는 초석이 되며, 새로운 사회의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힘이 집단의 힘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로 표현되는 폐쇄형 집단보다는 개인이 자신의 휴먼 에너지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합하는 개방형 집단의 힘이 더욱 강하게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개방형 집단의 힘은 결국 개개인에게서 나온다. 앞으로는 각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창의적인 혁신을 많이 일으키는 집단이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기자명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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