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함미가 드러나면서 사건 원인에 대한 조사도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지만 벌써부터 걱정스러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군 합동 조사단 1차 조사 결과가 강력한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로 발표되자, 한나라당과 보수층 일부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정치 공세를 강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천안함 함미 측면의 여러 줄로 길게 패인 자국을 볼 때 제3의 장소에서 1차 좌초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데, 이런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 것도 문제일 뿐 아니라 설령 외부 폭발이 있었다 해도 그 행위자를 북한으로 특정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 산들 중 지금 국내에서 간과하고 있는 게 바로 주변국의 시선입니다. 남북 접경 지역에서 근래 보기 드문 초대형 군사 참사가 벌어졌는데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다른 나라는 그렇다 쳐도 일본마저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조그만 꼬투리만 나와도 대서특필해온 일본 언론이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주변국 움직임에 정통한 인사들에게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결론은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 러시아 등 각국 정보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북한 관련 사실이 있는지 열심히 파봤지만 전혀 성과가 없었다는 겁니다. 먼저 미국. 미국은 동해와 서해 밑의 북한 움직임을 이미 손바닥 보듯 해왔고, 이번 사건 이후 군사정보뿐 아니라 북한 내부 인적 네트워크까지 총동원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조사 내용을 공식 전달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국가로 일본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정보기관 간 공조를 통해 눈에 불을 켜고 북한 관련 사실을 찾아 나섰는데, 도쿄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그 배경에 후텐마 기지 문제라는 현안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혹여 북한이 어뢰라도 발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미국․일본 간 골치 아픈 현안인 후텐마 미국 해병대 기지 이전을 한 방에 잠재울 대형 호재라고 봤던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 공안조사청 고위 관계자가 “내심 기대했으나 단서를 찾는 데 실패했다”라고 실토할 정도로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자, 이제 상황이 얼마나 국제적인지 분명해졌지요? 북한 ‘악마 만들기’에 분주한 여러분, 외치는 건 자유이지만 남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맙시다.

기자명 남문희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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