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는 “서울시장 경선은 이미 끝났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지만, 남은 변수는 있다. 후발 주자들이 노리는 ‘막판 역전’의 가능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한나라당 경선 규칙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경선은 흔히 ‘2:3:3:2’로 불리는 표 배분방식이 기본 얼개다. 대의원 2, 일반당원 및 책임당원 3, 일반국민 현장투표 3, 여론조사 2로 배분된다. 크게 보아 당심 대 민심이 5 대 5인 셈이다. 2004년 박근혜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틀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앞의 세 가지는 경선 현장에서 직접 투표를 하고 마지막 여론조사는 따로 진행해 최종 합산한다. 예를 들어 경선 현장에서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가 8000명이라면 대의원 2000명, 당원 3000명, 일반 국민 3000명으로 배분되고, 여론조사 결과는 2000명이 투표한 결과로 간주한다. 이때 경선 현장의 투표율, 즉 대의원·당원·국민의 투표율이 예를 들어 40%라고 한다면,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 투표율을 적용해 반영한다. 2000명의 40%인 800명이 투표한 것으로 보고 각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이 800표를 나눠 갖는 것이다.

 

ⓒ시사IN 윤무영후발 주자들은 ‘현장 표의 반란’에 기대야 하는 처지다. 위는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현장.

대세론 휩쓸린 후발 주자들, 비빌 언덕 있나?

얼핏 보면 비중이 큰 당원 투표와 국민 현장 투표가 더 중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부문별 투표율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의 서울시장 경선 결과를 보면, 대의원은 80%대, 당원은 10%대, 일반 국민은 20%대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합산한 현장 투표율이 40.6%였으므로 여론조사도 40.6%를 반영했다. 반영비율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투표율 차이가 크다. 서울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당원 투표권자는 당원명부에서 추첨으로 뽑는데 아무래도 페이퍼 당원이 많아서 투표율이 높을 수 없다. 국민선거인단은 여론조사 업체에서 표집하는데, 투표하겠다 하고 현장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승부는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그 중에서도 대의원 투표에서 난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가 현장 투표율에 맞춰 반영되는 탓에, 당심과 민심의 반영 비율은 표면상 5 대 5지만 실제로는 투표율이 두드러지게 높은 ‘대의원 당심’의 반영 비율이 더 높은 결과가 나온다. 이와 관련된 논란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거의 ‘판’을 깨기 직전까지 갔다. 당시 국민 여론에서 앞서던 이명박 후보는 당심을 장악하고 있던 박근혜 후보를 꺾기 위해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했다.

후발 주자들이 우선 믿는 지점이 여기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의원 투표에 비해 그 자체로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경선을 기준으로 보면, 대의원 투표율은 80%대인 반면 여론조사 반영비율은 전체 투표율에 따라 40.6%였다. 여론조사에서 7대3까지 밀린다 해도 대의원 투표에서 6대4까지만 앞서면 계산상 대등한 승부가 된다는 얘기다.

지난 2006년 서울시장 경선 결과를 보자. 당시 오세훈 후보는 65%, 맹형규 후보는 17%의 지지를 얻어 4배 가까운 격차가 났다. 하지만 이를 표로 환산한 결과는 오세훈 624표 대 맹형규 163표. 461표 차이다. 반면 대의원 투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선 현장 투표에서는 맹 후보가 37.6%, 오 후보가 35%를 얻어 불과 2.6% 포인트 차이였지만, 표의 격차는 100표였다(맹형규 1443표, 오세훈 1343표). 현장 투표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더라도 역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오 시장 측은 이런 기대를 일축했다. 대의원 역시 본선 경쟁력을 우선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하므로 여론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른다는 것은 이번 〈시사IN〉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더욱이 오 시장 측은 대의원 표 대결 자체로도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본다.

 

당협위원장 확보전도 오세훈 앞서

서울시장 경선에는 서울지역 당협위원장(국회의원 및 원외 위원장), 구청장, 시·구의원이 당연직 대의원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서울에 거주하는 중앙당 당직자, 당 중앙위원, 서울시당 당직자 중 일부가 대의원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가장 비중이 큰 것은 48개 당협마다 할당되는 당협 추천 대의원이다. 한 곳당 35명으로 잡으면 이들의 숫자만 1700명에 이른다. 이번 경선에서 대의원 수가 대략 25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의원 확보전은 사실상 당협위원장 확보전이다. 대의원 추천권을 당협위원장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 한 명의 지지를 확보하면 35표가 거의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뉴시스나경원 원희룡 후보 사이 단일화 여부가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오 시장 측이 위원장 확보전에서도 선두라는 것은 후발 주자들조차 인정한다. 오 시장 측은 “35명 플러스 알파”를 말하고, 후발 주자들은 오 시장이 확보한 당협위원장을 “최대로 잡아 25명”으로 본다. 어쨌든 선두는 확고하다. 여기에 원 의원 측은 “15명”, 나 의원 측은 “7~8명”을 주장하고 있다. 세 캠프 모두에서 “우리 사람”이라고 거론하는 이름도 나오는 등 쟁탈전이 치열하다. 어쨌든 적게 잡아도 오 시장이 2위인 원희룡 의원에 비해 당협위원장을 10여 명 이상 더 확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표로 따지면 350표나 된다. 여론조사의 간극 이상으로 힘겨워 보이는 차이다.

당심에서 2위를 달리는 원 의원은 당협 밖에서 승부를 볼 심산이다. 원 의원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의원 200표 정도가 서울시당에서 나오는데, 권영세 시당 위원장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다. 또 당 중앙위원과 중앙당 당직자도 우리 표밭이다. 당협 확보 숫자에서 뒤지는 것 이상을 여기서 만회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3일 내일신문이 보도한 당 중앙위원 여론조사에서 원 의원은 40.8%의 지지를 얻어 29.2%의 오 시장을 제친 바 있다. 내심으로는 여기에 나경원 의원과의 단일화까지 이루어지면 막판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나 의원 측은 현재로서는 단일화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 측 역시 “이미 대세론이 작동하고 있다. ‘될 사람’을 뽑아야 자신도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국회의원부터 구의원 후보까지 다들 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까지 갈 것도 없이 현장 투표만 따로 놓고 봐도 이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4월14일 오 시장의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는 8명의 의원이 나와 세를 과시했다. 그 중에는 뉴타운 공약과 관련된 재판에 연루돼 오 시장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던 의원도 포함돼 있어 ‘대세론’을 실감케 했다. 여전히 변수가 남았다고는 하지만, ‘바닥 당심’과 ‘배지의 당심’ 양쪽에서 쏠림 현상이 시작된 모양새라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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