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요즘 포스퀘어라는 말을 들어봤다면 아마도 유행에 앞서가는 친구를 두고 있을 것이다. 포스퀘어는 미국에서 시작된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트위터 다음은 포스퀘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어 전 세계 이용자가 85만명(4월9일 현재)이 넘는다.

포스퀘어는 한국 지사도 없고 한국에서 어떤 비즈니스도 하고 있지 않지만, 국내에서도 벌써 1만명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했다. 포스퀘어는 일종의 스마트폰 영역표시 게임이다. 스마트폰에 포스퀘어 프로그램을 깐 이용자는 야외의 특정한 장소(전철역·커피숍 등) 근처에 왔을 때 ‘체크인’ 버튼을 누름으로써 “내가 여기 왔노라”를 인증한다. 자주 체크인을 하면 할수록 지위가 올라가고 아이템(배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요소가 있다. ‘스마트폰 땅따먹기’라고도 불린다.

올해  초부터 포스퀘어를 쓰고 있는 신은경씨(40)는 “내가 어디를 갔는지 일기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고, 온라인 친구들과 공동의 경험을 느끼고 싶었다. 포스퀘어 서비스에 게임적인 요소가 있어서 재미도 있고 주변 지리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최혁씨는 “지난 3월 처음 포스퀘어를 시작했다. 다양한 지역의 위치정보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좋다. 내 위치를 친구들에게 알릴 때 편리하고 맛집을 찾을 때, 처음 가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포스퀘어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포스퀘어를 보면 한국의 랜드마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포스퀘어 이용자들이 무작위로 움직이며 ‘인증’한 결과는 어떤 장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 사당역은 지금까지 포스퀘어 이용자 98명이 489번 인증(체크인)했다.  〈시사IN〉은 포스퀘어 자료를 이용한 한국의 랜드크 순위를 매겨봤다. 국내 포스퀘어 이용자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9일까지 한 번 이상 방문한 3만605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7000명 가운데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조사는 4800만 한국인 전체의 이동 경로를 모두 대변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포스퀘어에 가입해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활동하는 사람으로 전체 스마트폰 인구의 1%에 해당된다. 또 실제 이용자의 방문 횟수와 인증(체크인) 횟수에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상대적비교는 가능하다. 가장 땅값이 비싼 곳, 가장 승차인원이 많은 지하철 역 순위처럼 유동인구를 측정하는 자료는 많이 있다. 하지만 포스퀘어 자료는 3만 곳이 넘는 장소를 동일한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서울의 인기 있는 장소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한편 국내 업계에서는 아직 ‘한국판 포스퀘어’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포스퀘어처럼 사용자 위치 정보를 게임처럼 활용하는 방식은 없다. 임정욱 미국 라이코스 대표는 “포스퀘어가 한국 시장에서 이렇게 저변을 넓히는 동안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손발이 묶여 있다. 시대착오적인 온갖 위치 관련 법령·규제에 묶여 한국 업체들은 위치 관련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엄두도 못 내는 사이, 해외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와 사실상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2009년 12월 미국에서는 포스퀘어의 경쟁 서비스로 고왈라(gowalla)가 등장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포스퀘어를 위협하는 고왈라는 현재 22만명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SNS 서비스를 연구 중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한상기 교수는 “포스퀘어는 흥미로운 서비스이긴 하지만 아직은 트위터 같은 대중 서비스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국내에서도 한국판 포스퀘어를 만드려는 움직임이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서울 강남은 1일 지하철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 원래 유동인구가 많은 곳‘포스퀘어로 본 한국의 랜드마크’ 1위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이다. 강남역이 1위가 된 것은 이곳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9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강남역의 1일 이용자 수는 12만6000명으로 서울에서 제일 많았다.

전철역 가운데 순위권 상위에 오른 곳은 대부분 2호선으로 역시 유동인구 통계와 일치한다.  환승인구가 가장 많은 신도림역의 포스퀘어(Foursquare·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순위는 6위였다.  
백화점 분야 1위 역시 2009년 매출액 1위를자랑하는 롯데백화점 본점(을지로)이었다. 할인매장 분야 1위는 코스트코(costco) 양재점이다. 커피숍 분야에서는 스타벅스가 상위 10위 가운데 7개를 차지해 명성을 유지했다.

 

 

ⓒ시사IN 조남진교보문고 강남점은 서점분야 1위다.

■ 강남 쏠림 현상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로만 구성된 포스퀘어 랜드마크 순위는 일반 랜드마크 분포와는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강남 쏠림’ 현상이다. 예를 들어 서점의 경우 매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이지만, 포스퀘어 순위에서는 교보문고 강남점 방문자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교보문고 홍보팀 진영균씨는 “16개 매장 가운데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방문객도 가장 많은데, 스마트폰 사용자들로만 본 포스퀘어 순위에서는 강남점이 1위라는 것이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광화문 교보문고가 임시 휴업한 때는 4월1일로 조사기준일(4월9일)과 큰 차이가 없다.

선릉역(3위), 삼성역(4위) 등의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나 최근 개통한 9호선 신논현역이 8위를 한 것도 특이하다. 강북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명동이나 동대문이 포스퀘어 순위에서는 한참 아래로 밀려 있다. 일일 지하철 이용객 순위로 4위인 사당역과 5위인 신림역이 포스퀘어 순위에는 15위, 20위로 밀려 있다. KT가 3월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의 45.4%가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30%는 강남·서초·송파 3개 구에 살고 있다. 이를 두고 ‘아이폰 디바이드’(부유한 계층일수록 스마트폰을 쉽게 접하는 현상)라고 부르기도 한다.

■ 서울 밖에는 오로지 분당
서울 밖에서 순위에 오른 곳은 분당 서현역(24위)이었다. 그 다음은 수원역(39위)이다. 서울을 뺀 포스퀘어 랜드마크는 분당과 수원에 몰려 있었다.  백화점 분야에서 신세계백화점 수지죽전점이 2위를 차지하고 롯데백화점 분당점 등이 5위에 오른 일반 매출액 순위와 다른 점이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포스퀘어 인기가 높은 곳도 분당 서현점이었다. 분당과 수원에는 NHN이나 삼성전자 같은 IT 관련 기업이 많고 이들은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쓰는 유행 주도층이다. 한국 포스퀘어 이용자도 이런 IT 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퍼졌다. 신대방동에 있는 KTH 본사나 한남동에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서울 본사가 100위권 안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분당과 수원을 제외하면 ‘스마트폰 랜드마크’는 찾기 힘들다. 수도권 밖에서 100위 안에 든 곳은 기차역 동대구역이 유일하다. 300위 안에도 제주국제공항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시사IN 안희태병원 겸 카페 제너럴닥터는 카페 분야에서 스타벅스를 눌렀다.

■ 친 스마트폰 환경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친화적 공간일수록 포스퀘어 순위가 높아진다. 커피숍같이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장소가 대표적이다. 카페 분야 포스퀘어 1위 명소는 홍익대 앞에 자리잡은 ‘제너럴닥터’다. 제너럴닥터는 카페와 병원을 동시에 겸하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현재 3명의 의사 3명이 카페 안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승범 원장 역시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일반의다. 이곳에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소통’을 고민한 원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제너럴닥터가 딱히 외부에 요란한 광고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쟁쟁한 스타벅스 체인점보다 더 포스퀘어 순위가 높은 것은 이 공간이 아이폰 사용자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승범 원장은 1999~2000년께부터 매킨토시 동호회를 이끌었던 왕년의 ‘애플 마니아’였다. 아이폰이나 스마트폰 사용자 집단과 교류가 깊다. 현재 제너럴닥터의 트위터 팔로워가  3000명이 넘는다. 트위터는 아이폰 열풍의 진원지 중 하나였다. 김승범 원장은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SNS) 공간에서 제너럴닥터의 인지도가 높은 것이 포스퀘어 1위를 하는 데 기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너럴닥터에서는 wi-fi(와이파이·홈 네트워킹,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 등에 쓰이는 유명한 무선 기술의 상표 이름)를 무료로 쓸 수 있다.

wi-fi 같은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진다. 포스퀘어 카페 순위를 휩쓴 스타벅스의 경우 모든 매장에서 wi-fi를 지원해주고 있다.

■ 외국인 스마트폰 이용자
인천국제공항이 종합 2위에 오른 이유는 외국인 방문객 덕분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은 스마트폰 문화에서는 한참 처져 있다. 한국보다 외국인 포스퀘어 이용자(80만명)가 훨씬 많기 때문에, 이들이 많이 찾는 인천국제공항 순위가 크게 올랐다. 인천공항을 체크인한 이용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대부분 외국 이름에 서양인 얼굴을 하고 있다.

호텔 분야 순위도 외국인 이용자에 의해 결정된다. 호텔 분야 순방문자 1위는 리츠칼튼 호텔(종합 169위)이며, 2위 그랜드 하얏트 호텔, 3위 JW 메리어트 호텔, 4위 롯데 호텔, 5위 르네상스 호텔, 6위 신라 호텔이다. 포스퀘어 등록 이름이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 호텔의 순위가 낮은 것은 일본의 포스퀘어 이용자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기타 분야별 순위
포스퀘어 이용자 7000명이 가장 즐겨 찾은 극장은 CGV 용산(종합순위 17위)이었다. 이곳에서는 영화 〈아바타〉를 ‘3D 아이맥스’로 볼 수 있어서 화제를 모았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세종문화예술회관이 1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이 2위, 서울시립미술관이 3위였다. 가장 즐겨 찾은 공원은 보라매공원이 1위(종합 112위)였고, 스포츠 시설로는 잠실야구장이 1위(종합 37위)였다. 대학으로는 고려대(종합 227위), 관공서로는 분당구청(290위)이 꼽혔다. 청와대는 331위,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423위였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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