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한명숙 수사본부’인가. 한명숙 전 총리를 상대로 ‘5만 달러 뇌물 수수의혹’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검찰은 3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색이 짙어지자 판결일을 하루 앞둔 4월8일 돌연 ‘별건 수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전 총리가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지역구이던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 시기와 방법, 수사 주체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번 검찰의 별건 수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전 총리를 만신창이로 흠집내서 지방선거에 못 나오게 하려는 ‘정치검찰의 꼼수’로 풀이된다.

우선 수사 시기가 너무 졸렬하다. 5만 달러 수수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하루 앞두고 전격 별건 수사에 착수했다. 누가 봐도 무죄선고를 앞두고 부실 수사에 대한 국민적 비난의 화살을 피해보려는 몸부림이자 꼼수로 읽히는 대목이다. 게다가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부도나 구속 중인 건설회사 대표와 그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흘리면서 확인되지 않은 혐의에 대한 명예훼손식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지난번 5만 달러 수수의혹 사건 수사 착수 때와 판박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일단 흠집부터 내고 보자는 의도가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뉴시스김준규 검찰 총장
이번에 한 전 총리 별건 수사에 나선 주체 또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비난의 진원지다. 수사를 주도하는 서울중앙지검 김기동 특수1부장은 이미 현 정권 들어 각종 정치성 짙은 사건을 맡아 대표적인 ‘MB의 보은을 입은 정치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 수사를 맡아 이명박 후보를 무혐의 처리해줬으며,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도 사실상 면죄부를 줘 ‘졸속수사’라는 비난 을 받았다. 한마디로 정권 핵심의 별동대 노릇을 해왔다고 의심받는 검찰 라인에서 ‘한명숙 고사작전’에 총대를 멘 꼴이다. 게다가 관련 수사 대상자와 업체의 주소지가 고양시이므로 사건 관할은 의정부 지청인데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압수수색 등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시사IN 안희태한명숙 전 총리가 9일 오후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받기 위해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너무 치졸하고 노골적이어서일까. 검찰 안에서도 한 전 총리를 상대로 한 이 같은 무리한 수사 방식에 대해 ‘같은 조직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경 지청의 한 부장검사는 “특수부 수사는 보안이 생명인데 아예 처음부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흘려가며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을 보면 이것은 수사를 성공시키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빠른 시일 안에 서울시장 선거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수부 수사기법으로 보면 조선·동아일보에 흘리면서 시작하는 순간, 이번 수사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또다른 검사는 “특수1부가 압수수색까지 해서 뭔가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진작 착수하든지 지방선거가 끝나고 해야지 지금 이런 식으로 나선 것은 자칫 검찰권이 민주주의의 요체인 선거 제도마저 맘대로 쥐락펴락하는 독재 철권으로 비칠까봐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별건 수사로 검찰은 ‘서울시장 선거는 내 손안에 있소이다’라고 표방한 꼴이다. 선거 기간 내내 수사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특정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상대 후보 흠집내기는 계속될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 축인 선거 자체를 검찰권이 이토록 좌지우지하도록 묵인해야 하는지,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계의 공론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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