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134호 기사 〈IT InsighT _ 전봇대와 쇠말뚝 뽑아버린 아이폰〉(39쪽)은, 편집 과정에서 본지의 지면 길이에 맞추기 위해 원문 중 일부 문체와 구절이 변경되거나 누락되었습니다. 이에 원문의 필자인 한창민 인터넷기업협회 에반젤리스트가 항의의 뜻을 밝혀와 원문(위)과 편집수정본(아래)을 함께 게재합니다. 오프라인 지면의 한계 때문이기는 하나 원문을 그대로 게재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창민 에반젤리스트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세계 과학사에서 2009년은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과 그의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기념하는 ‘다윈의 해’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2009년은 어떤 해로 기록될까? 유사 이래 다사다난했던 이 나라에는 작년에도 역시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IT 관점에서는 단연 아이폰이 이 땅에 도입돼 모바일 쇼크를 가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만우절에 발표된 거짓말 같은 뉴스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해 11월 28일 국내에 출시된 후 넉 달 만인 올해 4월 1일 세계 최단 기간에 5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80번째로 뒤늦게야 우리 손에 들어온 이 요상한 물건이 왜 뒷북도 아닌 뒷바람을 불러일으킨 걸까?

 
우리나라가 만드는 핸드폰이 세계 최고고, 수출된 메이드인 코리아를 쓰는 전세계 애니바디들이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한반도 남쪽의 이동통신 서비스야 말로 대한민국 사람을 향해 최적화되어 있고, 매일 드나드는 인터넷 관문이 우리 입맛에 딱인 맞춤 식단이라는 집단최면에 빠져 있었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애국적 소비자들은 스티브 잡스라는 외계인이 태평양 너머에서 외친 “레드 썬!” 한마디에 기나긴 졸음에서 깨어나 버렸다.

“아, 이런 폰도 있구나!” “이건 폰이 아니라 PC네?” “PC인데 전화도 되는 거네?” 증강된 눈으로 보고 손으로 터치해 본 순간, 조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믿음과 자부심은 모바일 후진국에 살고 있었다는 배신감과 분노로 바뀌어 버렸다. 한번 손에 쥐면 바로 중독돼 ‘아이뽕’이라는 별호를 얻은 이 별난 폰을 먼저 써본 사용자들은 자신이 겪은 놀라움과 기쁨을 주변과 나누고자 자발적으로 전도사로 혹은 영업사원으로 나섰다. 여기에는 ‘안파라야징’과 같이 이해할 수 없고 가르치려 들며, 심지어 저런 걸 돈 들여 왜하나 싶은 대대적인 캠페인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고 즐거우며 신나기까지 하면서도 비용은 거의 영(零)에 수렴하는 최고의 마케팅, 바로 사용자 경험에 따른 입소문이 있었을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 바로 우리가 그랬다. 남들은 개방과 혁신으로 벽을 무너뜨릴 동안, 우리는 폐쇄와 자족의 바벨탑을 쌓고 있었다. 눈 밝고 뜻있는 이들이 구한말의 쇄국정책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지만 위정척사의 힘은 거대하고 완고했다. 세계의 흐름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았으나,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방식을 더 편안해 한다”는 신화 앞에 삼일천하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과 조우하면서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이곳이 액티브 엑스에 기반한 공인인증서를 국가가 강제하는 유일한 나라, 인터넷 상에서 의사표현을 할 때에는 게시자가 누구인지를 언제나 국가가 파악할 수 있도록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교묘한 이름의 실명제를 법제화한 나라, 수사기관이 아주 손쉽게 열람하고 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해외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나라, 딴 나라는 하늘에서 찍은 지도와 위치기반정보를 타고 축지법으로 날아다니는 동안 발목이 묶여 있는 나라, 게임을 개발해 판매할 때는 언제나 국가기관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나라, 그 외에 다 열거하기엔 지면이 모자라는 무수한 법제도와 규제가 이용자 편의와 사업자의 의욕을 가로막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것을.

갈라파고스, 170년 전 이 섬에서 진기한 돌연변이를 연구한 다윈은 〈종의 기원〉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또 갈라파고스, 2010년 이 땅의 아이폰은 곳곳에 난립한 전봇대와 방방곡곡에 박힌 쇠말뚝을 스마트하게 뽑아내고 있다.

(편집자 주) 이하는 133호 지면에 실린 편집수정본입니다.

전봇대와 쇠말뚝 뽑아버린 아이폰

세계 과학사에서 2009년은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과 그의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기념하는 ‘다윈의 해’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2009년은 어떤 해로 기록될까? 유사 이래 다사다난했던 이 나라에는 작년에도 역시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IT 관점에서는 단연 아이폰이 이 땅에 도입돼 모바일 쇼크를 가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만우절에 발표된 거짓말 같은 뉴스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해 11월 28일 국내에 출시된 후 넉 달 만인 올해 4월 1일 세계 최단 기간에 5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80번째로 뒤늦게야 우리 손에 들어온 이 요상한 물건이 왜 뒷북도 아닌 뒷바람을 불러일으킨 걸까? 

그동안 한국인들은 국산  핸드폰이 세계 최고이며, 외국인들도 ‘메이드인 코리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및 인터넷 시스템이 한국인의 ‘입맛에 딱’인 ‘맞춤 식단’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애국적 소비자들이, 태평양 너머 스티브 잡스의 외침 “레드 썬!” 한마디에 기나긴 졸음에서 깨어나 버린 것이다.
“아, 이런 폰도 있구나!” “이건 폰이 아니라 PC네?” “PC인데 전화도 되는 거네?” 눈으로 보고 손으로 ‘터치’해 본 순간, 조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믿음과 자부심은 모바일 후진국에 살고 있었다는 배신감과 분노로 바뀌어 버렸다.

입소문이 이루어낸 ‘아이폰 신화’

한번 손에 쥐면 바로 중독돼 ‘아이뽕’이라는 별호를 얻은 이 별난 아이폰을 먼저 써본 사용자들은 자신이 겪은 놀라움과 기쁨을 주변과 나누고자 자발적으로 전도사로 혹은 영업사원으로 나섰다. 아이폰의 경우, 이해할 수 없고 가르치려 들며, 심지어 저런 걸 돈 들여 왜하나 싶은 대대적인 캠페인도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고 즐거우며 신나기까지 하면서도 비용은 거의 영(零)에 수렴하는 최고의 마케팅, 바로 사용자 경험에 따른 입소문이 있었을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 바로 우리가 그랬다. 남들은 개방과 혁신으로 벽을 무너뜨릴 동안, 우리는 폐쇄와 자족의 바벨탑을 쌓고 있었다. 눈 밝고 뜻있는 이들이 구한말의 쇄국정책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지만 위정척사의 힘은 거대하고 완고했다. 세계의 흐름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았으나,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방식을 더 편안해 한다”는 신화 앞에 삼일천하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과 조우하면서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한국이야말로, ‘액티브 엑스’에 기반한 공인인증서를 국가가 강제하는 유일한 나라, 인터넷 상에서 의사표현을 할 때에는 게시자가 누구인지를 언제나 국가가 파악할 수 있도록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교묘한 이름의 실명제를 법제화한 나라, 수사기관이 아주 손쉽게 열람하고 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해외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나라, 게임을 개발해 판매할 때는 언제나 국가기관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나라, 그 외에 다 열거하기엔 지면이 모자라는 무수한 법제도와 규제가 이용자 편의와 사업자의 의욕을 가로막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것을.

갈라파고스, 170년 전 이 섬에서 진기한 돌연변이를 연구한 다윈은 〈종의 기원〉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또 갈라파고스, 2010년 이 땅의 아이폰은 곳곳에 난립한 전봇대와 방방곡곡에 박힌 쇠말뚝을 스마트하게 뽑아내고 있다. 

기자명 한창민 (인터넷기업협회 에반젤리스트 @tWITasWIT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