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초대형 토건 사업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지방공기업에 공약 사업을 떠넘기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한 해 1조원대 빚을 진 인천시를 중심으로 ‘토건국가 대한민국’을 점검한다. 

글 싣는 순서
1) ‘인천에 상륙한 ‘토건 포퓰리즘’
2) 일본이 폐기한 ‘토건국가’ 길로 가는 한국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정부와 공기업 부채가 150조 원 정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지난 5년간 국내 지자체 중 최고의 부채 증가율을 기록한 인천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인천시는 다수의 초대형 토목건설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부채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시는 차입과 채권발행을 통해 1조원 내외의 빚을 냈다. 인천시의 연간 부채 규모가 그 전해(2008년)에 960억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10배의 빚을 끌어들인 것이다. 2009년 말 현재 인천시의 총채무는 2조3천억여 원에 달한다.

ⓒ시사IN 윤무영초대형 토목사업을 동시에 추진 중인 인천시
인천시가 대규모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한 이유는 간단하고 명백하다. 지금 추진 중인 초대형 토목건설 사업들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 도시철도 2호선, 2014 인천아시아게임 경기장 등. 이와 함께, 인천종합비즈니스센터 등 1백억~200억원대의 건설사업도 여럿 진행하고 있다. 토목건설 사업이 인천시의 핵심적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올해도 5천억~6천억 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더 조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천시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총부채 규모가 1년 예산의 29.4% 수준에 불과하고, 땅값도 매년 평균 17%씩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 측은 땅값이 상승하면 지방세(등록세, 취득세 등) 수입도 따라 올라 부채상환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채의 90% 정도가 장기 저리 자금(상환기간 8~15년, 3~5%의 저금리)으로 ‘채무의 질’도 아무 좋다는 것.

그래서 인천시는 지난해 이 지역의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미나에서 “오히려 지금은 빚을 내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천시청 박종철 예산담당관은 “연간 예산이 7조원 정도인데 매년 2천억 원 정도 상환하는 정도니 별 문제 없다”고 말한다. 더욱이 인천시는 이런 부채를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소비나 사회복지가 아니라 사회기반시설, 도로, 철도 등에 투자해 자본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박준복 정책위원장은 앞으로 늘어날 세입 규모로는 수많은 토목건설 사업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천시의 평균 일반재원은 연평균 3천억~5천억 규모로 증가하지만 이 정도로는 지하철, 경기장 등 대규모 건설사업 중 한두 곳의 경비를 충족시키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로서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서라도 채무를 계속 늘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리라는 이야기다. 그런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박 정책위원장은 말한다. “인천시가 지난해 발행한 지방채 중 905억원은 빚을 갚기 위해 빌린 것이다. 그리고 지방채 중 시중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는 종전 보다 훨씬 높은 5.25~5.36%이다.”

ⓒ뉴시스지난 2007년 대선 후보 시절 대규모 토목사업이 한창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더 심각한 사태는 인천시 출자 지방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빚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도개공은 2008년 초 이후 불과 2년여 동안 3조2천600억원 규모의 빚을 졌다. 부채비율이 264%에 이르고 있는데 앞으로 2조원을 추가로 빌릴 계획이다. 인천도개공이 민관공동으로 추진 중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 U-city 복합환승센터, 151층 인천타워 등 8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14조5575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시 측은 “도개공의 채무는 인천시의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독립적인 기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면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도개공이 계속 적자를 낼 경우엔 인천시가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천도개공이 그동안 해온 사업은 대다수 안상수 인천시장의 공약 사항이었다. 인천 경실련 김송운 사무처장은 인천도개공이 “안상수 시장의 공약 중 대부분을 사업으로 시행해왔다”며 “시장이 지방 공기업의 설립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공약을 공기업의 돈으로 대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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