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율이 사상 최저치이고 부채 비율도 제조업을 약간 웃도는 수준인데, 왜 건설업계어서는 이러다 망한다며 부도설까지 나오는 것일까? 과거의 영광이 너무 화려했던 탓은 아닐까?

건설사들이 ‘보릿고개’를 운운하는 데는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선 민간 건설이 공공 부문과 힘겨운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보금자리 주택 가운데 ‘임대’ 비중을 늘리고 공급 속도 조절을 요구해왔다. 2012년까지 60만 채, 주변 시세의 최대 절반값으로 서민용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대박 상품’이라는 판교 신도시와 견줘 규모와 가격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파격이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이제는 더 이상 속아줄 소비자가 없고, 속고 살 돈도 없다”라며 건설사 구조조정에서 보금자리 주택 정책의 ‘순기능’을 높이 샀다. “보금자리 주택 시세를 보면 30%에서 많게는 절반 가격으로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전 노무현 정부 시절, 평당 3000만원에 분양해도 날개돋힌 듯 팔렸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이 죽을 맛이지 않겠나. 건설회사 사장이 대통령되면 ‘토건 천국’이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8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PF 대출 규모) 전국에 100만 채를 지을 땅을 확보해놨는데,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려오다가 폭탄 맞은 기분일 거다. 건설사 스스로를 위해서도 소비자가 외면(=미분양)하는 이유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뉴시스지난해 3월 건설·조선사 2차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기업으로 분류된 한국건설이 신축 중인 광주 서구 풍암지구 아파트 건설 현장.
최근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민간 연구소들에 이어 대기업, 정부 산하 경제연구소까지 가세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008년 기준, 한국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2억9000만원짜리 주택이 1억7000만원으로 40% 가까이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가계의 ‘투자’ 여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한다”라고 전망하면서 그 이유로 “가계부채가 높아져 금융권으로부터 추가적인 차입 여력 역시 소진되었다”라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은 2000년 83.7%에서 2008년 139%로 급등했다. 미국·일본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가계가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차입을 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가 있기 직전인 2007년,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5.9%로 한국보다 낮았고, 같은 해 일본 역시 111%로 한국을 훨씬 밑돌았다. 특히 사교육 고비용 구조나 노인복지 체계를 감안할 때, 한국 가계의 추가적인 차입 여력은 소진되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시장의 ‘미련’은 가시지 않은 듯하다. 그동안 정부는 업계의 반발에도 양도세 감면 연장은 없다고 고집해왔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유동성 추가 공급과 지방에 한해 세제 혜택을 연장해 주었듯이 앞으로 미분양 대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언론도 힘을 보태고 있다.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이 더 어려워진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워 정부의 부양책을 촉구하는 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일간지 광고의 20% 이상이 건설업체의 분양 광고 또는 이미지 광고라는 모니터링 결과는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양 광고가 거의 사라졌고, 건설사 이미지 광고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게, 언론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의 분석이다. 건설사의 위기는 언론사 경영의 위기이기도 한 셈이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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