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은 싱글의 로망이다. 이정인씨(31)는 스무 살부터 독립을 꿈꿨다.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신촌에 있는 대학까지 매일 통학했지만 부모는 결혼 전에 딸이 혼자 나가 산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한푼 두푼 전세자금을 위한 돈을 마련했다. 결국 서른이 넘은 두 달 전부터 서울 옥인동에 둥지를 틀고 독립을 이뤘다.

내친김에 이씨는 ‘나가 살면 개고생’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자취한 친구들 대부분이 몸이 많이 상했다. 냉장고 문을 열면 썩어나가는 음식으로 넘쳐났다. 친구 한 명은 급체를 했는데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 구급차를 불렀다.” 이씨가 1인 가족의 건강과 네트워크를 생각한 건 그 때문이었다. 문화 기획 ‘1인가족 에코네트워크 이웃랄랄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웃랄랄라’는 ‘자취생활에 찌들고 병든 육체를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정화시키고 나날이 좁아져가는 인간관계를 새롭게 도모하려는 1인가족 네트워크 프로젝트’다. 한 달에 한두 번 싱글들이 모여 기르기 손쉬운 상추, 고추, 토마토를 기르는 도심형 주말농장인 셈이다. 3월2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벼레별씨’ 카페에서 첫 모임이 열린다. 이씨의 프로젝트는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2009 사회창안대회’에 응모해 올해 초 결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청한 사람만 벌써 64명. 이씨는 무엇보다 이렇게 만난 인연들이 또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 여전히 바람이 찬 3월. 이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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