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격 지정하자 봉은사 명진 주지스님은 한나라당 안상수 사무총장을 지목해 권력 외압설을  제기했다.
〈시사IN〉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직전에 과연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그 숨가빴던 과정을 추적했다. 봉은사 사태 진실은 무엇일까?  
 

글 싣는 순서
1)봉은사는 어떻게 총무원에 접수됐나
2)봉은사 몰수 보이지 않는 손은?
3)이명박 정부와 명진

 

지난 3월9일 〈시사IN〉 편집국에는 불교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로부터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 정보기관 고위관계자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 같은 좌파 승려를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고, 총무원에서는 그대로 실행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확인차 몇몇 불교 관계자들을 수소문했더니 대부분 그런 소문이 종단 안에 이미 파다하게 나돌았다고 확인해주었다. 기자는 곧바로 봉은사 명진 스님에게 연락했다. 그는 “여러 경로로 나도 그런 얘기를 듣고 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최근 그런 말을 한 곳은 정보기관 쪽이 아니라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총무원의 무리한 직영사찰 지정에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한 봉은사 명진 주지스님(오른쪽 두 번째)이 3월16일 법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이어 “자승 총무원장 스님이 그런 데 굴할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만일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만들고자 하면 내가 내일 열리는 조계종 종회에 참석해 신상발언권을 얻어 모든 외압 징후들을 조목조목 따져 묻겠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명진 스님과 이튿날 조계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종회가 열린 조계사 내 불교역사문화체험관 2층에는 끝내 명진 스님이 나타나지 않았다. 왜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는지 전화했더니 그는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으니) 봉은사 직영사찰 안건은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지레 앞서 나가면 틀린 보도가 될 수 있으니 당분간 추이를 좀 지켜봐달라”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에 상정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안건은 부결됐다.

그러나 총무원은 ‘봉은사 접수 의지’를 접지 않았다. 다음 날인 3월11일 오전에 열린 제183회 중앙종회 전체회의에 총무원장 직권으로 재차 표결에 부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명진 스님의 믿음과 달리 이날 봉은사 직영사찰 안건은 전격 통과된다. 정권의 외압 의혹과 함께 조계종을 일대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불씨가 될 ‘봉은사 접수 작전’의 막은 이렇게 올랐다. 이 안건이 통과된 뒤 뒤통수를 맞은 처지가 된 명진 스님은 기자의 취재 요청에 “법정 스님 다비식에 다녀와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할 테니 그때 보자”라며 송광사로 향했다. 다비식을 마치고 돌아온 3월14일, 명진 스님은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자리를 빌려 드디어 다음과 같은 폭탄 선언을 했다.

“봉은사 신도들과 소통 없이 결정된 직영사찰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 주까지 총무원에서 납득할만한 설명과 답변이 없을 시 전국 사찰과 전 신도를 대상으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폐지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설명과 답변 없이 과거처럼 폭력적인 방법으로 봉은사를 점령하고자 한다면 목숨을 바치겠다.” 법회에 참석한 불자 1000여 명이 울먹이자 그도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히고는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 전에 부끄럽지 않은 승려가 되고자 1000일 기도를 했다. 여러분의 눈빛을 보면 눈물이 난다. 또다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신도들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었다. 걸망 메고 홀연히 떠날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참 스님들은 죄가 많구나. 가사 입은 도둑이 따로 없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눈물과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각오한 듯 앞으로 대응 수위를 밝혔다. “이 자리에 총무원 호법부 관계자들도 와 있을 것이니 가서 확실히 전해라. 봉은사 신도들과 소통 없이 직영사찰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 주까지 납득할 만한 답이 없으면 전국의 사찰과 신도들과 연대해 직영사찰 지정 저지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에 들어가겠다.” 이틀 뒤인 3월16일 지관 전 총무원장이 이례적으로 봉은사를 찾아 초하루 법회를 주관했다. 울분에 찬 봉은사 신도들과 명진 주지스님을 어루만지고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자승 총무원장이 봉은사 직영사찰 안건을 전격 회부해 통과시킨 조계종 중앙종회 모습.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문제가 종단 내부 일로서 이미 절차가 마무리된 사안인만큼 재론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명진 스님은 3월21일 또다시 봉은사 일요법회 자리에서전격적으로  '외압의 몸통'을 공개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13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현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놔둬서 되겠느냐'라고 한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외압의 몸통'으로 직접 거명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즉시  "명진 스님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곧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점이 드러났다.  명진 스님은 당시 플라자 호텔 모임 자리에는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당시 그 자리에 배석했던 고흥길 위원장을 수행한 김영국 거사(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이 찾아와 그런 대화 내용을 전해줬다고 말해 복수의 목격자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근거를 댔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이 만난 자리의 목격자인 김영국 거사는 언론의 잇따른 확인 요청에 "명진스님이 말한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다. 

권력의 외압이 작용해 강남 봉은사가 전격 직영사찰로 지정됐다고 폭로한 명진 스님은 정치 권력의 부당한 '불교 침탈'에 울분이 삭이지 않는 듯 법회 도중 눈물을 흘리며 안상수 원내 대표에게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화합과 소통을 기치로 내건 제33대 자승 총무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터진 이번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과정의 외압 사건은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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