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부 들어종교 편향과 굵직한 시국 현안이 있을 때마다 거침없이 쓴소리를 낸 대표 스님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바깥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을 두고 “권양숙 여사는 봉은사 불자였지만 노 전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한 번도 사찰을 방문하지 않았다”라는 말로 종교 편향을 비판했다. 

봉은사에서는 정권 초창기에 부처님오신날 대통령의 ‘등값’ 문제로 파란이 있었다. 전 정권 때만 해도 대통령이 주요 사찰에 보내는 연등 값은 청와대 공식 비서진(노무현 정부)이나 청와대 불자모임 대표(김대중 정부)가 와서 전달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첫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자 강남구청의 과장이 대통령 등값이라며 들고 왔다. 그것도 봉투에 대통령 이름을 대충 적은 봉투였다. 당시 명진 스님은 지방자치제의 취지에 비춰 자치단체 공무원이 대통령 등값 심부름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정중히 사양한 뒤 되돌려 보냈다. 그 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현 국정원장)이 찾아와 결례를 한 데 대해 양해를 구하고 갔다고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를 봉행하는 동안 봉은사에는 ‘대검 중수부 검사 출입금지’ 현수막(위)이 붙었다.

가뜩이나 대통령의 ‘종교편향’으로 불교계가 들끓던 상황이었다. 명진 스님은 그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는 도덕적·철학적 가치가 부재한 정권이다. 상위 1%를 위한 정책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를 강경 진압하는 정부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방패와 곤봉 경찰력으로 지탱하는 3치 정권, 즉 후안무치·몰염치·파렴치 정권이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명진 스님의 이명박 대통령(MB)에 대한 날 선 비판은 해를 넘겨 용산참사와 4대강 사업 강행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의 MB 비판 수위는 지난해 대검 중수부의 강압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2006년 봉은사 주지에 부임한 후 산문에 박혀 1000일 기도를 하던 명진 스님은 907일 만인 지난해 5월29일 봉은사를 처음으로 나섰다. 경복궁 앞마당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 불교 대표로 참석해 반야심경을 봉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 참석은 20여 년 동안 봉은사 신도였던 권양숙 여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봉은사에서 주관한 노 전 대통령 49재 기간에 사찰 입구에는 “대한민국 대검 중수부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주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청와대가 명진 스님 고소하려 했다”

지난해 8월30일 1000일 기도를 마친 명진 스님이 처음 찾은 곳은 당시 8개월째 유족이 지키고 있던 용산참사 현장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장기간 참사 해결을 외면한 정부를 향해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정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피묻은 손을 씻고 화해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한 뒤 유가족에게 1억원을 위로금으로 기부했다.
 뒤이어 지난해 가을 경기도 교육위원회와 경기도 의회가 김상곤 교육감의 무상급식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도교육청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그는 봉은사에서 ‘경기도 결식아동돕기 자비의날’을 열고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는 여기서 모인 성금 9000만원을 경기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이 같은 명진 스님의 행보에 여권의 심기가 상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세속의 표밭으로 치면 강남이 여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데 그곳 봉은사 주지스님이 MB의 실정을 사사건건 비판하는 상황에 여권 수뇌부가 분개한다는 말이 종단 안팎에 파다하게 나돌았다. 명진 스님 귀에도 정부·여당의 그런 기류는 시시각각 전달됐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자비다”라면서 4대강 사업과 용산참사, 세종시 수정 강행 등에 대해 정권을 신랄하게 질타했다.

지난해 12월28일에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은 입만 열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다.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끝까지 4대강사업을 강행하고 용산참사 해결을 외면한다면 정권 퇴진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공격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이런 요지의 라디오 발언이 나가자 청와대에서 명진 스님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이런 긴장 상황 속에서 지난 3월 초 조계종 총무원장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봉은사  접수 작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비이락일까?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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