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업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시장은 ‘진실’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시장이 개발 이익에 눈이 멀었다는 건 ‘온갖 풍문’일 뿐이고, 서민에게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려는 선한 의도야말로 앞으로 밝혀지게 될 ‘진실’이라는 주장이다.
시장과 함께 재개발사업을 주도해온 미국주택도시개발청(HUD) 사무총장을 대신해 보좌관이 다음 연사로 나왔다. 자신을 ‘르네’라고 소개한 이 남자가 깜짝 발표를 했다. “우리 생각이 틀렸습니다. 임대주택을 허물고 다양한 소득층이 섞인 아파트를 짓자 기존 주민은 대부분 다시 입주하지 못했고 심지어 노숙자로 전락한 주민도 있었습니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어선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부터 뉴올리언스 내 저소득층 임대주택 사업을 재개할 것입니다.”
장내가 술렁이고 언론이 바빠졌다. 재개발 정책 전면 중단이라니. ‘업자’들을 다 굶겨 죽일 셈인가? 르네 주변으로 사람이 모여들었고,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 정신 투철한 몇몇 기자는 얼른 본사에 확인한 뒤 따져물었다. “댁이 HUD 소속도 아니고 발표도 거짓이라는데요?” 그제서야 르네는 또 한 번 깜짝 발표를 한다. “뻥이요~.”
이것이 ‘예스맨’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다. 도무지 ‘예스’라고 말할 줄 모르는 정부와 기업을 대신해서 통 크게 ‘예스’라고 말하고 다닌다. 잘못했지? 예스! 다 보상해줄 거지? 예스! 우리가 늘 간절하게 듣고 싶은 기업의 대답을 예스맨이 대신해준다. 물론 그런다고 당장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허리케인도 견뎌낸 튼튼한 서민 임대주택이 재개발 광풍에 휩쓸려 결국 힘없이 철거되는 걸 막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도시 재건 사업 이면에 숨은 업자들의 흑심을 온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계기는 만들었다. 시장이 힘주어 강조하던 ‘진실’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말발’이었는지 눈치채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 정도면 ‘뻥친’ 보람이 있다.
시민단체가 저지른 ‘뻥이요’ 프로젝트
겨우 시장님 상대로 사기 치는 건 사실 이들에겐 ‘껌값’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뻥친 적도 있으니까. 2004년, 거대 다국적기업 다우(DOW) 케미컬의 대변인을 사칭하고 BBC 생방송에 출연했을 때 일이다. 유독가스 유출 사고로 1만8000명이 죽었는데도 제대로 보상 한번 받지 못한 1984년 인도 보팔 참사 피해자들에게, 수십조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당장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시청자 3억명이 그 방송을 보았고, 1시간 만에 다우 케미컬 주식가치 20억 달러(2조3000억원)가 증발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지 2시간 만에 예스맨이 내놓은 해명은 역시 간단했다. “뻥이요~. 오늘 우리의 거짓말은 겨우 2시간뿐이었지만 다우가 준 고통은 무려 20년입니다.”
2009년 베를린국제영화제가 관객상을 준 다큐멘터리 〈예스맨 프로젝트〉는 이런 속시원한 ‘뻥이요’ 프로젝트 6건의 기록이다. 모두 지난 10여 년간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와 뻔뻔한 거짓말로 다국적 악덕 기업들 골려주는 데 힘써온 미국 시민단체 ‘yes men’이 저지른 일이다. 세상의 큰 거짓말을 폭로하는 작은 거짓말의 기운 센 반란. 그래서 유쾌한가? 예스! 통쾌한가? 예스! 부러운가? 예스, 예스, 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