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학번인 신기수씨(41)가 대학시절 학교보다 더 자주 찾은 곳은 학교 근처의 서점이었다. 그 시절 서점은 ‘숨어 있기 좋은 곳’이었다. 내성적인 신씨에게 주인아저씨는 책을 통해 세상 보는 법을 가르쳐줬다. 소설만 편식하던 약관의 신씨에게 이 책 저 책을 권하며 인생에 대한 조언까지 잊지 않던 그를 신씨는 ‘책 사부’로 모셨다. 자연스레 신씨의 꿈도 그 위에 겹쳐졌다.

신씨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홍보팀과 IT회사에서 10년을 일했다. 그러나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미련은 끝내 떨쳐지지 않았다. 결국 ‘사고’를 쳤다. 2006년, 머슴으로라도 써달라며 출판사에 사정해 들어가 일을 배우면서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 2009년 2월 독서경영 전문회사 ‘행복한 상상’을 꾸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로망’을 실현했다. 행복한 상상은 기업에는 독서경영 프로그램, 대학에는 독서캠프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2010년에는 새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이름하여 ‘책남북녀 백권가약’이다. 문학·철학·경제 등 모두 12개 분야의 책 100권을 선정(목록www.rws.kr 참조)했다. 되도록 쉽고, 조금 어렵더라도 함께 격려하며 읽을 수 있는 책 위주로 골랐다. 신씨가 고른 목록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자발적으로 생겼다. 4월에는 창원에서도 모임을 만들 예정이다. 신씨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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