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있었던 일이다. 미국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한 지 한 달이 지난 2007년 3월, 필자는 각 지역에서 하원의원들을 직접 접촉하고 설득했다. 결의안 지지·동의 의원 수가 50명을 넘어섰다. 일본 측이 당황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로비스트들이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가장 기이했던 일은 ‘CNN 찬반투표’ 사건이다. 당시 CNN 홈페이지는 첫 화면에 굵은 글씨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다시 사과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내놓고서 찬성과 반대를 물었다. 누리꾼 90%가 ‘반대’라고 응답했고 이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질문 문항이 마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이미 사과를 한 것처럼 전제하고 있어 불공정한 설문이었다. 이 CNN 찬반투표 사건은 워싱턴 여론전에 치명적이었다(우여곡절 끝에 위안부 결의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우리는 왜 CNN이 그런 온라인 설문을 했는지 배경을 밝혀내려고 별수를 다 썼지만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워싱턴의 일본 로비스트 회사와 CNN을 상대로 한 일본 로비스트 회사가 겹친다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이다.

독도 문제는 인류 보편적 글로벌 이슈 아냐

일본의 대미국 로비는 때로 오싹한 느낌을 준다. 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실체적인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최근 미국 의회의 도요타자동차 청문회가 솜방망이 청문회로 귀결됐다. ‘미국 속에서 일본의 파워’를 알고 나면 공포감이 엄습한다.

‘일본의 조용하지만 무서운 로비’ 방식을 한국적 방식과 비교해보자. 지난 2월28일, 맨해튼 타임스퀘어 CNN뉴스 전광판을 통해 ‘독도광고’가 나가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한인에게 뉴스로 전달되었다. 3·1절에 타이밍을 맞추었기 때문에 더욱더 한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감정적 지지와 지원이 이어졌다.

ⓒ서경덕 교수 제공맨해튼 타임스퀘어 CNN뉴스 전광판의 독도광고 모습.

하지만 이런 광고가 독도를 우리 영토로 공고히 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미국 의회 도서관이 독도 명칭을 리앙쿠르암으로 변경하려 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 도서관 사서를 직접 만나서 물었더니 지명을 바꾸려고 한 계기가 미국 신문에 난 우리 독도 광고였다고 답했다. 광고를 보고 되레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광고가 다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위안부 같은 인권 이슈는 여론전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는 인류 보편적인 인권 문제로 ‘글로벌 이슈’다. 이런 문제는 한국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시민단체(NGO)가 나서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반면 영토 문제는 인류 보편의 ‘글로벌 이슈’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 간의 당사자 문제이다. 당사국 밖(미국)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은 중간 지점이다.

당사자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총체적인 영향력에 의해 결론이 난다. 그것은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독도와 관련한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은 철저하게 국가의 총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도 그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미국 내 일본 기업과 정부·미디어가 그들의 국가 이익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철저하게 협력하는 것을 직접 경험한 필자의 양보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한국 내 시민운동이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바란다. 국익을 위해서다.

기자명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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