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리틀 이명박(MB)’이라 불리며 정부·여당으로부터 MB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할 인물로 꼽히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비리의 몸통’으로 떠올랐다. 그에게는 어느새 ‘공정택 마피아’라는 음습한 별칭까지 붙었다. 서울시교육청의 교원 승진 인사비리를 수사해온 서울 서부지검은 장학사와 교감 등 26명의 근무성적평점(근평)을 조작해 각각 장학관과 교장으로 승진시켜준 과정에 억대 뇌물이 오간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근평 조작 지시의 핵심 인물이 공정택 교육감이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공 전 교육감을 구속할 방침이다. 조직적 인사비리에 개입해 먼저 줄줄이 구속된 서울시교육청 간부들은 모두 공정택씨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인사 청탁 뇌물의 정점에 공 전 교육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임받았던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사진 왼쪽)이 교육비리의 주범으로 드러나자 최근 이 대통령은 그와 선을 긋고 교육비리 척결을 주문했다.
‘공정택 마피아’를 향한 검찰 수사의 칼날은 비단 인사비리에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보다 훨씬 뇌물 단위가 크고 부패의 복마전 구조를 띤 학교 시설공사를 둘러싼 비리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학교 창호공사와 관련해서 교육청 시설 담당자들을 구속한 상태다.수사가 확대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교육계 전반이 자정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운영위원은 “학생들에 앞서 교육 관료와 초·중등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인성교육부터 해야 할 판이다”라고 개탄했다.

〈시사IN〉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교육위원 여러 명을 취재한 결과 그들이 귀띔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공정택 마피아가 저지른 인사전횡과 비리 커넥션 구조는 상상 외로 심각했다. 10여 년 동안 서울시교육청을 들여다본 한 교육위원은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에는 교육청 내 일반직의 핵심 부서에 자기 심복을 심었지만 공정택 교육감은 일반직 핵심 부서는 물론이고 전문직 분야에도 심복을 심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장학관 승진인사 비리 혐의로 구속된 김 아무개 전 교육정책국장, 한 아무개 중등과장을 필두로 한 아무개, 원 아무개, 임 아무개, 김 아무개 등 중견 간부와 임 아무개 교육위원도 공주사대 출신 ‘공정택 마피아’로 꼽힌다. 지난해 총리실 암행감찰 결과 김 아무개 전 교육정책국장의 서랍에서는 14억여원이 입금된 통장이 발견됐다. 이 돈을 두고 ‘공정택 마피아의 선거자금’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공주사대 인맥과 공정택 마피아

교육감 선거에서 법정 허용 선거 비용은 30억원 이내다. 그러나 2008년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는 그 갑절인 60억원 안팎을 썼으리라는 것이 교육계 내부의 추산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선거 비용은 유권자 1명당 800원으로 산정하는 게 정설이다. 그러면 60억~70억원을 썼다는 말인데 교육감이 되고 나서 본전을 찾으려면 각종 무리수와 비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공정택 마피아’가 근본적으로 인사비리와 시설비리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 내에서 주요 핵심 보직은 공정택 교육감과 학연·지연 등이 얽힌 인사가 맡았다. 부패를 감시하는 감사관과 인사를 관장하는 총무과장, 그리고 사립학교 예산 배정 및 운영권을 쥔 학교운영지원과장 등 핵심 요직이 공 전 교육감 라인이다. 물론 공정택씨의 심복이라고 해서 아주 새로운 인물은 아니다. 전임 유인종 교육감 때 보좌한 공주사대 핵심 인맥이 그대로 공정택 교육감 만들기에 나섰고 그 대가로 이들이 심복으로 들어앉는 ‘마피아 재생산 구조’라는 것이다.

또 다른 서울시 교육위원은 “장학사와 장학관, 인사를 담당하는 교원정책과장은 항상 공정택 교육감의 고향 사람이나 공주사대 출신 측근이 차지했다. 이런 인사 전횡은 서울시교육청을 비리 불감증 조직으로 만들었다. 교육감-부교육감-교육정책국장-교육정책과장-장학관으로 이어지는 ‘공정택 마피아’에 문제가 불거져도 감사관마저 제 식구로 심어뒀으니 덮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육청 감사관제도를 대폭 외부인으로 공모해 수혈하고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계, 특히 교육청의 비리는 장학사와 장학관 등 교육 전문직이 관련된 비리와 교육청의 일반 행정직이 관련된 비리로 나뉜다. 교육 전문직 관련 비리는 대부분 인사 청탁과 승진을 둘러싼 검은 돈 거래가 차지한다. 최근 검찰 수사 결과 장학사 자격 시험 통과에 2000만원, 교장과 장학관 승진에는 각각 1억원 안팎의 로비 자금이 필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교육청의 일반 행정직 비리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사립학교 시설공사를 둘러싼 비리다. 서울의 중학교 화장실 개선 공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사업자는 “학교를 상대로 한 공사는 우리 업자들 사이에서 ‘절반 공사’로 통한다”라고 말했다. 교육청 시설 담당 관계자와 학교장에게 관행으로 납품 가격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건네고, 값싼 재질을 사용하면 반값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학교 현장 공사는 비리와 부실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 시설공사는 손댄 지 10년 이내에 다시 보수공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교육비리 청산을 위해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특히 공정택 교육감 체제에서 서울시내 초·중·고교 시설 공사 중 굵직한 사업은 대부분 서울시교육청이 주도해 추진했다. ‘1학교 1강당 만들기 사업’ ‘책걸상 교체사업’ ‘화장실 현대화 사업’ 등은 막대한 예산을 써서 서울시내 전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기획 사업들이었다.

공정택 교육감은 재임 중 시설관리사업소를 신설해 모든 학교에서 벌이는 3000만원 이상 소요되는 시설 공사는 모두 이곳을 통하도록 했다. 그래서 해당 시설과장과 그 윗선인 교육지원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공정택 전 교육감과 함께 시설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공정택 마피아의 부정비리를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고발한 이들은 보수 교원단체인 자유주의교원조합이다. 지난 2월24일 고발장을 낸 서울자유주의교원조합 서희식 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공정택 마피아 사단을 검찰에 고발한 이유에 대해 ‘인사전횡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그룹은 150여 명이 교장 되기를 대기하며 교감을 오랫동안 지내고 있는데 처음 발탁된 공정택 라인은 바로 교장으로 승진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가만 있으면 교장 발령 안 난다. 인사라도 하고 술이라도 사야 한다”라는 말이 나돌더라. 확인해보니 초등과 중등 승진 대상자 각각 중간 모집책이 있어서 대상자들에게 돈을 거둬 위로 전달하더라. 장학사 시험도 그렇게 관리했다. 설마 이런 일이 있는 줄 모르고 교장 승진을 기다린 사람들은 배신감과 분노에 떨었다. 그래서 인사 부정을 고발했다. 이번에 그 모집책들이 드러나 구속됐다. 공정택 마피아의 진짜 비리는 시설물에 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가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그를 비호하는 듯하던 태도를 바꿔 ‘철저한 교육비리 수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한때 서울시교육청 몸통 수사에 주저하는 듯하던 검찰 수사도 이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 서울시교육청 내의 공정택 마피아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택 전 교육감이 처벌받더라도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전국 교육청 관료들과 일선 학교에 만연된 비리 구조와 제도적 허점은 그대로 남는다. 근원적 교육비리 방지책이 절실한 까닭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비리 방지책으로 전국 교육청과 학교장의 권한 분산, 그리고 주요 감시 보직에 대한 외부 공모제 확대를 주문한다. 특히 감사관을 외부 인사로 채워 철저히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인사와 예산 비리 감사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와 소위원회 활성화 등 제도적 보장이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다. 또 빠뜨릴 수 없는 한 가지는 교육계 내부의 비리 고발자에 대한 보호 제도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육비리 고발을 둘러싸고 ‘고발자는 중징계, 피고발자는 경징계’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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