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울시가 2030년까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990년 대비 무려 40%나 된다. 2020년 정부 감축 목표치(2005년 대비 4%)보다도 월등히 많다. 서울시는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이런저런 큰 사업도 벌이고 시민에게 자동차 공회전 줄이기, 전력 절약하기 등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온실가스 늘리기 사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입춘이 멀지 않은 이즈음 난데없이 서울시내 중앙 버스정류장에 전기 히터 10여 개와 온열 의자(사진) 60여 개를 설치하는 것이다.

서울시 도로교통본부는 ‘열 손실을 최소화한 히터와 따뜻한 의자 덕에 대부분의 시민이 난방 혜택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글쎄 기껏해야 1~5분쯤 머무는 승객들이 얼마나 따뜻해 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히터는 자칫 잘못하면 털모자나 우산 등을 태울 것 같았고, 온열 의자는 자동차 매연과 분진으로 뒤덮여 도저히 앉을 엄두가 안 났다. 또 히터와 온열 의자는 전기를 얼마나 잡아먹을 것인가. 결국 그 전력을 만드느라 석유를 더 소비해야 하니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환경과 관련한 서울시의 ‘거꾸로 행정’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아침 8시에서 저녁 6시까지 전기 히터를 켜두면 전력이 얼마나 소모되고, 그로 인해 온실가스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지 않을 텐데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텔레비전 1시간 덜 켜면 이산화탄소 월 18kg 감소하고, 이산화탄소 1t을 감축하려면 잣나무 310그루를 심어야 한다”라는 ‘녹색 지식’을 국민에게만 알릴 게 아니라,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도로교통본부에게 먼저 전해야 할 듯싶다.


기자명 사진 조남진 기자/글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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